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은 “접시꽃 당신”이란 시로 일약 유명인이 된 서정시인이다. 이 시는 결혼한 지 2년 만에 아내를 암으로 잃어버린 슬픔과 아픔을 녹여낸 것이다. 그러나 자연을 닮은 그의 시나 그의 온화한 모습과는 달리 매우 정치적이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에 참여해 해직되었을 뿐아니라 감옥에 까지 갔던 경력의 투사이다.

석방뒤에는 ‘자율신경실조증’이란 병에 걸려 그가 손수 만든 황토방인 구구산방에 틀어박혀 다시 순정시를 썼던 만큼 그의 인생여정은 흔들리며 피는 꽃과 같다. 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가만히 암송해 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시를 입속에 넣고 우물 우물 음미하면 꽃은 자연의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꽃 스스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도씨를 비롯한 보편적 인간들은 스스로 바람이 되어 인생행로를 흔들면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시심(詩心)은 구구산방을 넘어 고 노무현대통령의 노제에 마이크를 잡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 사람쯤은 세속을 초월해서 시선(詩仙)의 세계에서 거닐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젖어본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흔들린 인생덕에 도(道) 교육감후보로 추천받는 자리에 까지 이르렀으니 꽃을 피우기는 피운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그의 시만큼은 좋고 또 좋다. 마지막 행에 읊은대로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있겠는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비에 젖으면서 꽃잎을 피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바람에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비에 젖고 또 젖다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저버리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천안함의 젊은 넋들이 그렇다. 해풍에 흔들리고 높은 파고에 흔들리고 변심한 애인의 편지에 참담한 심령이 흔들리던 그 젊은이들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것이다.그래서 시인(詩人)은 철인(哲人)이 되어야 하고 철인은 도인(道人)이 되어야 아주 쬐끔이라도 피지 못하고 저버리는 고난의 인생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십여녀전에 아내를 잃은 친구가 말하기를 그때는 곧 따라 죽을 것 같았는데 벌써 세월의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면서 ‘사는둥 마는둥’ 살자하니 그야말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바람과 비에 시달리다가 간 자와 남겨진자를 위로 할 수 있는 인생관조(人生觀照)의 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