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가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 실버 선교사 시대가 열렸다. 세계 속에 다양한 선교지가 확보되고, 장기 사역자들의 안정적인 기반이 조성됨에 따라 이제 은퇴 사역자들이 나서게 되는 한국 선교의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년의 세월을 선교지에서 보내겠다는 다짐과 헌신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감히 꿈도 못 꾸는 일이지만, 낯선 문화와 타지에서 복음으로 인생의 노년을 보내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

가장 멋진 경우는 조기 은퇴를 한 후에 노년을 선교사로 전환하여 사역을 하게 되는 경우인데,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필자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실버 선교를 바라보면서, 현장 지휘자로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인 줄 알면서도 감히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 싶은 것은, 선교가 개인의 일이 아니고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선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첫째, 이 경우 그 동안 쌓은 지식적 경험과 삶의 연륜, 많은 인맥을 통한 재정의 동원력 등 이러한 것은 매우 귀한 자원이 될 것이다. 원로 목사로 대접을 받는 경우(그렇지 않는다고 하여도), 또한 자녀들이 출가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이나 재정에 묶임이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사역에 매진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선교사들 갖지 못한 자산이고 동원력이라고 보겠다.

둘째, 연륜을 통하여 나타나는 관계 형성이나 판단력, 문제의 분석이나 전략을 짜는 일 등 이러한 부분에 통합성을 가지고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보편 타당한 생각을 결여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한다면, 실버 선교사의 경우 전체를 바라보면서 일을 진행하여 갈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있는 것이다.

셋째, 교육선교에 잘 준비가 되어 있다면 후학양성, 후배들을 격려하고 사역을 함께 지원하는 일 등이 매우 귀한 일이 될 것이다. 사무엘이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선지학교를 세우고 이사야 아모스 호세아 같은 거장들을 키워내었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 아닌가? 이러한 일에 실버 선교사들의 사역은 매우 긍정적이고 보람된 일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넷째, 인생의 선배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면, 각 소속 단체나 지역에서 고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생 상담자로서 동료간의 조정 역할을 하면서 위로하고 권면하며 조직이나 팀을 구성해 나가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른이 없어서 갈등하는 곳에 자리만 지켜 주어도 안정이 될 수 있는 멋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는 지식적으로 인격적으로 거룩한 성품에서 모범이 될 만한 어른이 없어서 모두가 다 도토리 키 재는 식 혹은 사사 시대가 된 현장, 무질서한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역할이 매우 필요한 것이다.

다섯째, 위로와 상담사역이다. 현장에는 어디를 가나 상식 이하의 문제로 인하여 서로가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장에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이보다 귀한 사역이 있으랴! 아버지, 대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모모가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그 동안 모아놓은 지적, 인적, 영적 재산과 물질적인 것을 총동원하여, 현지 교회를 지원하고, 기초를 세우는 일에 투자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버 선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고 명예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젊은 선교사들의 경우 자신의 사역과 아성을 쌓기 위하여 노심초사 한다면, 실버 선교사들은 그런 일에 묶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지 교회의 필요를 채우며 함께 복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신앙 인생의 마지막 생명과 복음을 위한 투자인 것이다.

실버 선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빛을 발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교회의 실험이 시작된 것 같다. 너도 나도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헌신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