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말로 평화를 희구하는 발언인가

한국에서 어느 목회자가 얼마전에 무단 방북후 지금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갔을 당시 기자회견에서 남한당국은 반공화국적대시정책을 버리라면서, 우리민족끼리 평화통일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개 북한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나 정치적인 집단은 이처럼, 한민족의 '평화'라는 의미를 거듭 강조한다. 같은 동포인데 왜 싸우냐며 서로 헐뜯지 말고 한민족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해 함께 나가자고 주장한다. 기독교도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냐고 물으면서 왜 남북관계를 쓸데없이 대결관계로 몰고 남북간 '평화통일'을 저지하느냐고 말한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런데, 소위 여기서 말하는 '평화'가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와 과연 얼마나 가까운 개념인지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화'는 힘의 균형에 의한 일시적인 전쟁의 억제나 군사적 물리적 충돌의 방지, 과거 햇볕정책처럼 불의에 대한 일언의 지적도 없이 얼르고 달래주기가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평화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다. 그것은 하나님과 관계의 온전한 회복이고 하나님의 공의의 철저한 실현이다. 평화와 불의는 결코 양립될 수 없다.

북한은 여전히 신앙 1위 박해국이며, 정치범과 종교인을 짐승처럼 다루는 처참한 강제수용소가 존재한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어린아이들이 의식주문제가 해결이 안된채로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인권이 유린당하고 신앙의 자유를 전혀 주지 않는 북한정부 지도층을 보며 아무런 요구나 지적도 없이, 단지 말로만 좋은 관계로 지내면 좋겠다, 싸움없는 평화적인 관계를 희망한다고 해서 진정한 평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일 아이를 구타하는 이웃집 부모를 보면서도, 괜히 불똥튈까봐 잘못하고 있다는 한마디 못하고 쉬쉬한다면 그걸두고 어떻게 자랑스럽게 '평화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일부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이나 단체들은 이런 양상을 보이고있다. 미순효순 사건과 쇠고기 파동 때 온 국민을 거리시위로 동참시키고 이밖의 여러가지 작은 사안에도 이 단체들은 '인권'을 들고 나왔다. 인권이 침해받았다는 약자의 논리를 펴서 언론을 통해, 미디어매체를 통해 강력한 메세지를 내왔다.

그런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탈북자들이 계속 찾아와 제발 북한인권문제를 밝혀달라고 호소하면 모르는 척하거나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해왔다. '인권'을 강조하는 단체들이 유독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평화'라는 그럴듯한 포장과 함께 이유를 대며 침묵하는 철저한 이중적인 잣대를 보여왔다.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솔티 여사는 "훗날 북한의 독재자들이 저지른 모든 만행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당시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대처했는지 평가할 것이다. 역사의 심판을 생각하라"며 무섭게 지적한 바 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쉬쉬해서 건드리기 힘들어하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국민을 사지로 내몰면서 아무런 자유도 주지않은채 방치하는 북한 지도층의 불의에 대해 못본척하고 평화적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한낱 위선적인 방법론,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진정으로 남북간 '평화'를 희구하고 갈망한다면, 그 이전에 최소한 선행돼서 해결되고 전제돼야만 하는 절차가 있다. 정의와 공의가 전제되지 않은 평화란 인간의 상상력으로 위장된 공허하고 가식적이고 허울좋은 평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