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코모 푸치니」(G. Puccini 1858-1924)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를 이어서 이태리가 오페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데 크게 기여한 음악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마농레스코,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은 성악가들이면 누구나 한번 출연하고 싶어하는 대작이며 오늘날까지 흥행보증수표인 오페라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이어서 ‘나비부인’은 일본 게이샤를, ‘마농레스코’는 파리의 창부를, 진귀하게도 개척시대의 미국을 그린 ‘서부의 아가씨’, 그리고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전설로 된 ‘투란도트’등 가히 주유천하를 방불케 한다.

그중에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손’과 ‘내 이름은 미미’가 들어있는 ‘라보엠’은 프랑스 작가「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정경' 을 토대로 작곡하였는데 1896년 2월에 당시 스물아홉 살의 신예 지휘자였던 「토스카니니」에 의해 초연되었다.

'라보엠은 원래 집시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19세기 후반에 와서는 사회의 일반적인 관습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생활하는 햇병아리 철학자, 음악가, 화가, 작가, 배우 등을 일컫는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는데 푸치니는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라보엠에 살려 놓았던 것이다. 햇병아리 시인인 로돌포와 가난한 여공 미미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이 오페라의 압권은 로돌프와 미미가 만나 부르는 이중창이다.

특히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는 두드러지게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하다. “네, 제 이름은 미미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미미라고 부릅니다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예요. 제가 드릴 말씀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저는 집안과 밖에서 명주나 주단에 수를 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행복한 삶입니다. 지금까지 수없는 백합과 장미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그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 사람들은 저를 미미라고 부릅니다만 저는 그 까닭은 모릅니다. ...봄이 올 때면 햇빛이 맨먼저 저를 비춥니다. 4월이 제게 먼저 첫 입맞춤을 합니다! 꽃병의 꽃봉오리, 꽃잎 하나하나의 향기를 맡습니다. 너무도 달콤한 그 꽃향기! 허나 제가 만드는 꽃에는 향기가 없습니다! 더 무슨 말씀을 드릴까요? ...”

나는 ‘내 이름은 미미’의 노래에서 시인 김춘수의 '꽃'을 떠올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동서양을 넘고 세기를 넘어 예술의 혼(魂)들은 한 주제로 만남을 가진 것이다. 로돌프가 미미를 불렀을때 그녀는 비록 찬손을 지녔지만 이미 달콤한 향기가 나는 화려한 꽃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육신에 혼을 불어 넣어 아름다운 꽃이 되게만 한다면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꿈을 꾸면서 나비부인중에서 ‘어느 개인 날’이나 들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