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규모 극우 교회가 9.11 테러 9주년을 맞아 계획했던 코란 소각 집회의 여파가 행사가 취소된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금까지와 같이 국제사회의 관심이 반이슬람 정서 경계에만 집중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복음연맹(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는 11일(현지 시각)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기독교 세계 가운데서도 극히 작은 일부인 한 교회에 의해 벌어진 논란이 9.11 테러 9주년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지나치게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물론 코란 소각이란 행동은 절대 옳지 않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하나되어 움직인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태도였다”고 평가했다. WEA 역시 이번 코란 소각 집회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집회 취소를 위해 적극 나서 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그러나 국제사회가 반이슬람 정서에 대항해 보여 준 일치된 비판이, 이와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전개되고 있는 반기독교 정서에 대해 그동안 보여 온 침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세계 정치·종교 지도자들과 언론들이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의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하루도 빠짐 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 세계의 기독교 박해 사례들을 들며, “기독교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극단적 행동들을 모두 언급하자면 끝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주로 무슬림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지만, 힌두교인이나 불교인에 의한 박해도 이에 못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로 지난 2008년 인도에서는 극단주의 힌두교인들이 주도한 박해로 오릿사 지역 기독교인 70여 명이 숨지고, 5만4천여 명이 난민이 됐으며, 교회는 149곳이 파괴됐다.

같은 해 이스라엘 중부 오르 예후다에서는 유대교인들에 의해 수백 권의 신약성경이 소각됐으며, 스리랑카에서는 최근 몇 년간 불교인들에 의해서 교회가 전소되거나 목회자가 살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극단적 불교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교회 활동을 제재하는 법의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같은 공격들에 대해 기독교 세계는 비폭력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는 국제사회까지 우리가 당하는 불의에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번 코란 소각 집회가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반서구·반기독교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기회로 악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 발생할 기독교인들에 대한 보복성 박해에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국가 간 호혜주의나 다른 요인에 근거해서가 아닌 단지 옳은 걸 옳지 않다고 말하는 용기에 근거해 코란 소각 집회에 대해 보여 준 것과 같은 정당한 분노를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터니클리프 대표를 비롯해 많은 세계 교계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가 이슬람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덴마크 한 신문에 게재된 마호메트 만평은 전 세계 이슬람 국가들에서 150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의 유혈 시위 가운데 살해되는 비극을 낳았다. 페이스 맥도넬 미국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RD) 대표는 “코란 소각 집회의 가장 큰 비극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이슬람 세계에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미칠 악영향”이라며 “우리가 9.11 테러의 책임을 모든 무슬림들에게 돌리지 않는 것과 같이 무슬림들도 플로리다의 한 작은 교회로 인해 발생된 논란에 대해 그들 지역의 기독교인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