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약속인 복음을 이 땅에 전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그 동안 많은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조직과 기관을 사용하셨으며, 또 지금도 사용하고 계십니다. 지난 기독교 200년의 역사를 보면 이렇게 이 땅의 복음 사역을 위해 부르심을 받아 쓰임을 받은 많은 개인이나 공동체, 그리고 조직과 기관중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그 어떤 공동체나 조직보다 더 귀하게 사용하셨고, 또 지금도 사용하시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제가 개체교회를 섬기는 목회자가 된 데에는 이러한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제게 주신 믿음 때문이며, 이 믿음이 저를 지금까지 교회를 통한 복음 사역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를 통한 복음 사역의 중심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으며, 이러한 믿음 때문에 목사로서의 제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자면 물론 pastor(돌보는 자:목회자)로서의 제 모습도 소중하고, minister(일하는 자:사역자)로서의 제 모습도 귀하지만 이보다 먼저 preacher(선포하는 자: 설교자)로서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사로서의 정체성으로 인해 지난 35년간의 목회의 중심을 하나님의 말씀 선포, 특별히 복음 선포에 두어 왔습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복음이 선포되어져야 하고, 교회를 통한 신앙생활의 중심도 바로 이렇게 교회를 통해 선포되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데 있다는 교회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모든 목회의 우선이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어지는 예배를 교회 사역의 근본이고 중심이라고 여기며, 예배를 매우 귀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이 예배드림을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예배를 드림으로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씀이나 듣기 좋아하는 말씀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들으라면 들을 수 없는, 때로는 듣기 싫어하는 말씀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이렇게 예배를 드릴 때에만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우리의 현실적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을 잘 알기에 비록 강권적으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예배가 귀하고 그래서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 중에 예배드림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부족한 것이 많지만 교회를 통해 당신의 말씀을 선포하시는 주님께 쓰임 받는 목사로서 영원한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 여기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듣기 위하여 진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 주님의 말씀을 먼저 듣기 위해 말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고 또 감사한 것은 그렇게 주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주의 말씀을 들으려고 할 때마다 새롭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묻혀진 말씀의 뜻을 다시 보게 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기하고 감사한 것은 제가 얼마나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인줄을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제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말씀의 뜻을 깨닫게 하시는 것이 신기하고, 또 제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것을 깨닫게 하심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있어서 예배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정말로 소중한 시간입니다. 한 주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이렇게 살라’고 말씀하시고,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주님의 의도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내가 원하는 바램을 포기하지 못할 때, ‘그래도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주일 아침이 기다려지고, 하루하루 그저 바쁘게 살아가기에 급급해서 살면서 마땅히 생각하며 살펴야할 삶의 방향과 목적, 본질과 의미를 잊어버릴 적마다 이를 기억나게 하시고 또 기억하라고 일러주시는 주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새벽예배가 그래서 좋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간에는 이렇게 예배드림이 교회를 통한 신앙생활의 우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혹시 나 혼자만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간 새벽예배는 새 학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학교와 학년을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기로 정한 특별기도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주간 새벽예배 내내 평소에 참석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자녀를 위해 기도하기 위하여 나오는 부모들이나, 새 학년을 시작하면서 기도하려고 나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간 새벽시간이라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나 자녀들의 공부나 건강, 또는 교회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사역을 위해서는 새벽이 아니라 한밤중에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이 왜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예배를 위해서는 이럴까 싶은 생각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처음에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학부모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사실 제 마음속의 아쉬움은 다른 이에 대한 것이 아닌 바로 제 자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예배를 교회 생활의 가장 우선으로 삼고 목회를 해왔다고 하는 제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목회를 잘못한 것 같아 그래서 많이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