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시던 목사님이셨기에, 언제나 일호도 흐트러짐 없이 견고하시기만 하셨던 목사님이셨기에, 그까짓 폐암쯤이야 거뜬히 이기시고 다시금 저희들의 가슴을 서늘케 하시는 말씀을 선포하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아쉽게 저희 곁을 떠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병중에 계셨어도 곧 일어나시리라 믿었고, 찾아가면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실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다시는 이 땅에서 뵐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전하고 막막하며 슬프기만 합니다.

목회자로서의 초년병 시절, 목사님 곁에서 11년간이나 머물며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호사였는지 세월 지날수록 깨닫고 있는데, 늘 나이아가라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폐부를 찌르는 메시지 앞에서 삶과 사역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 미성숙한 한 목사에게는 얼마나 놀라운 축복이었으며 하나님의 은혜였는지 감사가 깊어지고 있는데, 목사님께 제대로 감사도 표현하지 못한 채 이렇게 오늘 헤어짐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역 초기부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하신 목사님이셨기에 사랑의 교회 제 1기 장로님들이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게 된 간증을 자주 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런 목사님의 목회를 배우면서 저 역시 참으로 많은 다짐을 하곤 했었습니다. 사랑의교회 교인 수가 많아지면서 제자훈련을 직접 하실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한 섭섭한 속내를 드러내시기도 하셨고, 많은 교인들을 제자화 시킬 수 없는 안타까움을 토로하시면서도, 몰려드는 교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으셨던 목사님이셨습니다. 제자훈련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하는 수많은 목회자들마다 첫 시간부터 가슴에 새겨야 했던 목사님의 <광인론>, 사람에게 미치고 제자훈련에 미치라는 그 절박한 음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왜 그리도 간절히 주장하셨던지 목회의 연수가 길어질수록 깨달아 가고 있는데, 저희들을 깨우셨던 목사님의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미국에 오셨을 때에도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목회에 미쳐라, 제자훈련에 미쳐라”고 간곡히 말씀하셨던 목사님을 다시는 뵐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일할 때, 종종 목사님의 사무실을 지나가다 보면 아침 7시에는 어김없이 불이 켜져 있고 그 불은 밤 11시가 되어도 꺼지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양떼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전하기 위해 밤낮으로 말씀연구와 설교준비에 시간을 쏟으심으로써, 진정한 목회자의 자리를 지키셨던 목사님, 바로 그 목사님의 목회열정 때문에 저희들 모두 얼마나 풍성한 꼴을 먹을 수 있었는지 새삼 감사하고 그리울 뿐입니다. 목사님 서재에 걸려 있었던 <목양일념>이 어느새 저의 목회 방향이 되어 가고 있는 것도, 수많은 젊은 후배들의 길을 인도하는 지침이 되고 있는 것도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직 목회를 위해 제자훈련을 위해 마치 한 알의 밀알처럼 썩고 또 썩는 인고의 시간들과 눈물과 땀을 흘리셨던 목사님의 흔적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가끔은 냉철한 모습으로 저희들의 부족을 지적하시는 엄한 아버지이시면서도 한 영혼 한 영혼을 대할 때의 그 정성은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셨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을 사진에 담으시면서 그토록 정성을 기울이실 때에는 창조주 앞에 선 피조물로서의 겸손함조차 느껴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을 아끼시고 절제하시면서도 정곡을 찌를 수 있는 목사님이셨으나 때로는 침묵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즐기시며 하나님과 동행하셨던 목사님의 영성은 저희 후배들에게 거룩과 경건의 표상이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셨던 목사님이 계셨기에 저희 후배들이 그 뒤를 좇으며 끝없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신 것처럼, 목사님께서도 목회를 위해, 하나님나라를 위해, 양떼들을 위해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진액을 다 쏟으신 것을 저희들은 압니다. 너무도 힘에 지나도록 애쓰신 목사님의 그 열정을 하나님께서 안타까이 보시고 또한 귀히 보시고 이제 영원 안식으로 인도하신 것도 저희들은 압니다.

그러나, 이제는 얼굴과 얼굴로 대하지 못하고 목사님의 목회철학을 더 가까이서 배울 수 없음에 저희들은 지금 마음 깊이 울고 있습니다. 훗날 천국에서 뵐 때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것들의 모범을 한 조각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목사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동안 부족한 저희 목회자들, 후배들을 섬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희들도 목사님의 후배들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목양일념>의 길을 갈 것입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LA 나침반교회 민경엽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