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교회가 9.11 테러 9주년 기념일에 개최할 것으로 밝힌 코란 소각 집회가 세계 곳곳에서 무슬림들의 반대 시위를 촉발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상황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는 무교단주의의 교회로 설립 이래 근본주의를 표방하며 특히 이슬람에 대해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최근에는 오는 9.11 테러 9주년 기념일에 코란 소각 퍼포먼스를 포함한 반이슬람 집회를 개최할 것으로 밝히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와 미국교회협의회(NCC)의 미 교계 양대 대표 단체는 이같은 계획이 “기독교의 이웃 사랑 정신에 맞지 않으며 종교 간 존중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집회 취소를 요구해 왔으나, 교회측은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무슬림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낳은 교회측의 결정은 해외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무슬림들의 반대 시위를 촉발시키기에 이르렀다. 지난 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모인 수백여 무슬림 시위대는 미국 국기와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테리 존스 담임목사의 인형을 불태우며 항의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앞선 4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역시 코란 소각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었으며, 같은 집회가 지난 달 30일에도 열렸다.

뿌리 깊은 반기독교 정서 자극하는 언행들,
이슬람 극단주의 성장과 기독교 박해 야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언론에 의해 부각되면 될수록, 이는 이슬람 세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반미·반기독교 정서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카불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18세의 무슬림은 “이는 미국 교회가 결정한 것이고, 미국 대통령이, 그리고 미국인 모두가 결정한 것이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 오픈도어즈 대표 칼 모엘러 박사는 “코란 소각과 같은 행동은 많은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오해, 즉 기독교인들은 무슬림들을 증오한다는 오해를 더욱 깊어지게 할뿐”이라며 “이는 우리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에게 전하기 원하는 사랑의 메시지와 정반대의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무슬림들의 선동을 위해서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장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그는 지적하며, 지나친 반이슬람 발언이나 행사 등은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의 성장을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모엘러 박사는 최근 뉴욕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 반대 시위에서 일부 극우단체들이 사용하는 이슬람 비하 표현들 역시 같은 이유에서 경고한 바 있다.

모엘러 박사는 또한 코란을 소각하거나 이슬람을 비하하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언행들이 이슬람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보복성 박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해당 교회에 집회 취소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2005년 덴마크 한 신문의 마호메트 만평이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된 사건을 예로 든 모엘러 박사는, “그들은 서구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보복할 수 없으면 자기 나라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보복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브 월드 아웃리치 집회에 미 정부가 “타 종교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은 미국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역시 이러한 행사가 “아프간뿐 아니라 이슬람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탈레반과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행동”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