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선교회(대표 김재억 목사)가 여름 방학이 시작한 직후인 지난 6월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4기에 걸쳐 섬머 캠프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캠프에는 약 50명의 한인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부모의 희생과 무한 사랑이란 온실 속에서 자라 독립심과 남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던 청소년들은 해병대 입소훈련처럼 빡빡하게 짜여진 캠프 일정에 비지땀을 흘리며 적응해야 했다.

캠프는 엄격한 점호와 더불어 월요일 오전에 시작하여, 금요일 오후까지 꼬박 5일간에 걸쳐 40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카운티 페어팩스에, 한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라티노 도시빈민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굿스푼선교회 김재억 목사의 생생한 강의와 사역 동영상을 통해 캠프의 목적과 해야 할 일들을 분배받고 고되지만 보람된 일정을 소화했다.

체감온도가 연일 화씨 100를 웃도는 폭양을 피해 굿스푼선교회 앞마당에 쳐 놓은 대형 텐트 역시 건식 사우나처럼 설설 끓는다. 그렇지만 이 텐트는 도시빈민들에게 없어선 안될 소중한 피난처다. 식탁과 의자들이 촘촘히 배열된 예배당 겸 간이 식당으로 쓰이는 텐트 아래서 라티노 노동자들과 한인 청소년들은 함께 어울려 스페니쉬로 찬송을 부르고, 예배를 드렸다.

땀으로 얼룩진 청소년들이 얼음에 채워 마련한 시원한 음료수와 소복히 담은 런치 스페셜을 “부엔 뿌로베쵸 (맛있게 잡수세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대접하면 무더위는 간데없고 인종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만이 텐트안에 뭉게구름처럼 맑게 피어오른다.

사랑을 나누는 한인 청소년들은 더 이상 부모의 잔소리와 과잉 보호가 필요없는 의젖한 새 인격체로 훌륭하게 제 몫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캠퍼들의 수고로, 캠프 기간동안 1300명의 빈민에게 점심이 공급됐다. 카고 벤 5대 분량의 옥수수, 망고, 차요떼 등 라틴아메리카 열대 과일과 채소들이 애난데일, 알렉산드리아, 컬모, 셜링턴 등의 도시빈민 지역을 순회하며 나눴다. 푸드 뱅크를 위해 기증된 컵라면 300 상자와 5천불 상당의 빵, 유제품, 청량 음료수들 역시 홈리스, 일일 노동자들, 한인사회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졌다.

컬페퍼 농장에 있는 은퇴 목회자와 안식년 중인 선교사를 위한 숙소 레노베이션을 할땐 솜씨 좋은 페인터로, 목수로, 땅을 일구는 농사꾼으로 다양한 체험도 가질 수 있었다. 기증받은 다양한 옷가지를 빈민들이 편안하게 가져 가도록 자이언트 옷걸이 건립을 위해 땅을 팠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부어 든든히 만들었다. 허름한 굿스푼 주방시설 보수와 시설물 페인팅 등 다양한 일들에 많은 공헌을 하고 캠프는 마쳐졌다.

자랑스런 수료식이 있는 날은 금요일 오후. 커뮤니티 서비스 40시간 인증서, 베스트 캠퍼와 전체 리더, 팀 리더에게 주어진 감사장, 기독교문사 최윤덕 장로가 기증한 십자가 목걸이와 전동 치솔, 김재억 목사의 책 ‘좋은 숟가락’과 김정수 쇼셜워커가 저술한 ‘된장아빠 버터아들 길들이기’ 등에 소중한 추억을 한아름씩 담아 선물이 전달됐다.

한편, 굿스푼 선교회는 오는 년말 겨울 방학기간 동안 ‘윈터 캠프’를 오픈하여 가장 춥고 힘들 때 불우한 이웃을 위한 섬김 사역을 계속할 계획이다.

다음은 제1기 섬머 캠프(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에 참여했던 전진영 군의 엣세이다. 전진영 군은 맥클린에 거주하며 랭글리 하이스쿨 12학년에 재학중이다. 그는 제1기 캠프에 참석한 19명의 리더로 수고한 바 있다.

<전진영 군의 캠프 에세이>
나는 지난해부터 북 버지니아 애난데일에서 김재억 목사님이 이끌고 있는 봉사 단체인 Good Spoon에서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 지역에는 라티노들이 유달리 많이 눈에 뜨이는데 이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없는 것은 물론 하루의 식량이 없어 길거리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다. 매주 토요일 나는 이들에게 밥을 지어 나누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특별히 금년 여름 방학에는 Good Spoon이 실시한 여름캠프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들 라티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밥을 함께 지어 먹으며,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나누는 생활을 하였다. 컬페퍼에서 집 수리도 하고, 컬모어에서는 생필품들을 나눠주었고, 직접 길거리에 나가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도 행하였다.

나는 이러한 봉사 활동을 통해 내 삶에, 특히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에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과 값진 교훈을 얻었다. 우선 무엇보다도 나는 라티노들이 겪고 있는 삶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는 무료 배식을 기다리는 그들의 얼굴에 깊이 페인 주름과 허름한 옷 차림을 보면서 그들에게 이 한 끼의 식사가 얼마나 크게 도움이 되는지를 느꼈다. 한끼의 식사는 단순히 그들의 허기진 배를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희망이 되고 있다.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어느 하루의 점심 밥이 아닌 그들이 앞의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미소를 볼 때면 내가 하는 일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

둘째로 이들의 생활을 보면서 이 지구상의 여러 국가는 경제적으로 그 발전의 정도가 다르고 국가간에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국가만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도 계층 간 삶의 수준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다울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질병과 아픔으로부터의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나에게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 빈부의 격차는 이들의 인간다울 권리는 물론 질병을 고치고 건강을 지키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꼈다. 나는 선의의 활동을 펼치는 이러한 비영리 단체의 유능한 인재가 되겠다는 나의 인생의 꿈을 갖게 되었다.

셋째로 나는 여름 캠프의 리더로서 활동하면서 크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적극적인 태도의 중요성과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것이었다. 캠프에 참여한 친구들이 대표인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의 마음과 존중을 먼저 사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내 두 손으로 거미줄 쳐진 화장실을 청소하고, 설거지로 막힌 하수구의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했다. 내가 먼저 적극적인 자세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맡은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주어진 일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솔선 수범의 태도를 보일 때 친구들은 나를 존중해주고 따라 준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Good Spoon의 여름캠프를 통해 나는 어려운 계층들에 대한 나눔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여름캠프에서 내가 흘린 땀과 노력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들이었고, 적극적인 행동과 리더십을 통해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부닥칠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