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거짓 섬김이 아닌 참사랑의 나눔과 봉사를 말입니다.”

‘밥퍼’ 최일도 목사가 28일 오후 ‘선진화를 향한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주제로 성남시청에서 열린 21세기분당포럼(이사장 이영해) 주최 강연회에서 남긴 말이다. 최 목사는 20여년의 쌍굴다리 밥퍼사역에 대해 청중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수고 덕분에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이 작은 사랑의 실천 행위가 묵묵히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그 나눔의 정신과 자원봉사의 열매가 오늘의 다일공동체와 다일복지재단을 있게 한 것”이라며 “내게 있는 것 두 개 중 내가 갖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남은 하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도 꼭 있어야 하는 하나를 절반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자원봉사 활동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이웃 사랑의 태도요 나눔의 정신”이라는 소회를 나눴다.

“나눔이란 필요없는 1개를 주는 게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1개 중 절반을 나눠주는 것”

최 목사는 “저의 빈민 선교 22년을 돌아보면 실로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참으로 많다”며 “어두운 곳에 단지 작은 촛불 하나 밝혔을 뿐인데, 이 작은 불꽃 하나가 이름없는 봉사자들에 의해 점점 확산된 것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제가 실제로 한 일은 너무 작은데 밖에는 크고 많은 일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참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선진화를 향한 자원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진정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봉사란 무엇인가?’, ‘참된 나눔과 섬김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봉사 현장에서부터 찾아 나서야 하리라 생각한다”며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인간의 생명이고 그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실천을 이 땅 위에서 작은 것부터 실현해 나가는 일을 한국 사회가 모범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계층간 집단 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을 깨끗이 청산해 버리기를 원한다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참사랑의 나눔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보인 사람들이 봉사 현장에서 땀을 쏟고 눈물을 함께 흘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모습이란, 현장에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분배적 정의와 사회복지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진가를 발휘하려면 봉사 현장에서 함께 땀흘리며 현장에서 묻어나오는 소리를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며 “시민들도 먼저 공동선에 대한 공감과 연대 의식이 필요한데, 한 민족 구성원들을 경제적 안정과 물질적 욕구 대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물질적 빈곤 퇴치와 분배정의 실현을 넘어서 시민들과 국민들 사이, 한 민족과 타 민족들 사이에도 지체의식과 박애정신을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지금 세계 각국의 나눔은 국경과 이념, 종교를 초월하는 보편적 인류애가 아니라 혈통이나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나눔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최근 집시를 내쫓고 있는 프랑스의 예를 들었으며, “약소국가에 진출해 외화만을 벌어들이는 나라, 그 나라를 힘 있는 나라라고, 강대국이라고는 할지 몰라도 선진국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공적개발 원조(OD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DAC 가입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현재 23개 DAC 회원국 중 GNI 대비 비율 면에서 최하위(0.1%)인 ODA 규모를 2012년 0.15%, 2015년 0.2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대북 지원에 대한 강한 소견도 피력했다. 최 목사는 “2010년의 가을을 맞을 북한에서는 지난 여름 대홍수에다 더 심각한 식량난으로 처절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너무 많아서 남아도는 150만톤 이상의 쌀을 쌓아둘 곳도 없어 걱정하는 실정”이라며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 보수와 진보가 나뉠 수 있겠는가, 나눔과 봉사의 선진화를 말하면서 이것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나눔과 복지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고 밝혔다.

21세기분당포럼은 국가 선진화 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인권 신장과 더불어 복지사회 구현이라 할 수 있고,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경제가 상승 곡선을 이어간다 해도 더불어 사는 사회, 베풂의 정신이 일상화된 사회, 어려움을 서로 나눌 줄 아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면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선진 복지사회는 한낱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 아래 이번 포럼에 최일도 목사를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