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예배 장소를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코르도바의 명소로 긴 세월 자리매김해 온 코르도바 대성당은 8세기경 무어족의 침입 때 모스크로 세워졌으나, 13세기 페르디난드 3세가 코르도바를 탈환한 이래 가톨릭의 대성당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 때부터 코르도바 대성당 내에서 가톨릭 외에 타 종교 의식이 진행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 무슬림들이 자신들도 대성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현지 가톨릭 교계에 요구하면서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가톨릭계는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데메트리오 페르난데즈 코르도바 주교는 유로파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과 나누어야 할 것과 나누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며 “자기의 아내를 이웃과 나누는 이는 없다. 예배 드리는 장소를 나누는 것은 그의 아내를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중세 시대 최대 이슬람 도시 중 하나였던 코르도바는 현재는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의 3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종교는 비록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한 데 어울려 살아 왔던 이 지역 타 종교인들 간의 관계는 원만한 편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즈 주교는 “타 종교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평화와 정의를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지, 예배 드릴 장소를 같이 쓴다는 것은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가톨릭 교인들뿐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란 걸 잘 알 것이라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가톨릭 교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에서 예배 드릴 권리를 무슬림들은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무슬림들 중 한 명인 만수르 에스쿠데로는 대성당이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인 모두에게 종교 활동을 위한 장소로서 개방되기 원한다며, 이는 “관용의 패러다임을 실천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회”라고 이유를 내세웠다.

스페인은 전체 인구의 약 90%가 가톨릭을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호세 사파테로 총리의 사회주의 정권 집권 이래 정부와 가톨릭 간의 결속력은 점차 떨어지고 동성애, 낙태 등 분야에서 세속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내 무슬림 인구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타 종교로의 혜택 확대 정책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 이슬람의 입지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미국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