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성향으로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왔던 엘리나 케이건(50)이 7일(현지 시각) 결국 연방대법관에 공식 취임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으며, 최근 상원의 인준을 얻어 이날 취임선서를 갖고 대법관직에 올랐다.

보수 기독교계는 케이건 대법관의 친낙태·친동성애 성향을 이유로 그녀의 대법관 임명에 반대해 왔다. 케이건 대법관은 현재 국방부의 검토 가운데 있는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 정책(DADT) 폐지를 찬성하는 것 외에도 낙태 옹호단체, 동성애자 권익 보호단체와 협력해 온 경력이 있어 특히 기독교 가족 단체들의 반대가 컸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래 두번째로 지명한 케이건 대법관이 앞선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진보적 인사라는 점도 보수 기독교계로 하여금 대법원의 진보화에 대한 우려를 낳아 왔다.

헌법을 해석하고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대법관의 직무 특성상, 미국에서는 대법관의 자질 가운데 가치관이 가장 큰 요소로 꼽혀 왔다. 이는 종교에 부여하는 중요성보다도 더 커서, 실제로 미국 개신교인 가운데서 60% 이상이 대법관의 종교보다는 가치관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법원 내 마지막 개신교인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을 이어 유대교인인 케이건 대법관이 취임함으로써, 대법원 내 개신교인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게 됐지만 이에 대해서 개신교측의 큰 불만 제기는 없었다.

케이건 대법관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와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 등을 거쳐 지난 해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으로 재직해 왔다. 역사상 4번째 여성 대법관이며, 총 9명의 대법관 중 최초로 여성이 3명이 되는 기록을 만든 장본인인 외에도 40년만에 처음으로 판사 경력 없이 대법관에 올랐다.

케이건 대법관은 대법원 휴회가 끝나는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재판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