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선친은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암투병을 하시다가 2년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장성한 아들과 대화할 때면 가끔 나도 성인이 된 아들로서 아버지와 대화를 해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그리움이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제목이 주는 궁금증만으로 보게 된 영화가 ‘마이파더(My Father)'란 영화였습니다. 5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이 미군으로 자원입대하여 한국으로 친부모를 찾기 위해 나옵니다. 나와서 수소문 끝에 만난 아버지는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였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할 줄 모르는 한국어를 배워가며 친아버지와 연결점을 찾고자 하는 아들의 간절한 마음과 입양해서 어린 시절부터 장성하도록 길러준 미국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영화 곳곳에서 교차합니다. 실존 인물인 미국에 사는 한인 입양아 애론 베이츠의 삶을 영화로 만든 겁니다.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친아버지를 찾아 만나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길러주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미국에 가서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얼마 후 그 아들은 비오는 한국 거리를 우산을 쓰고 지나갑니다. 마침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집을 지나다가 그 체인점의 상징인 흰 양복에 흰 턱수염의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 모형이 서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미국에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와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 아들은 자기가 쓰고 가던 우산을 그 동상에 씌워주고 비를 맞으며 걸어갑니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그 장면에서 흠씬 묻어났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로 알았던 사형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단지 생모와 같이 살았던 아버지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 아들은 떠듬거리는 한국말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이 누구든, 무슨 일을 저질렀건 이것만은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또 영원히 당신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실제 인물인 애론 베이츠는 영화 속의 고백처럼 미국에서 사형수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에 계속 온답니다. 친아버지가 아닌 줄 알면서도 계속 머나먼 곳을 찾아오는 에론 베이츠. 그는 혹시 미국인 양부모님을 통해 경험한 그 사랑으로 인해 이런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특히 친 부모를 찾아가는 것도 바쁘다고 부담스러워하는 현대인, 사랑이 메마르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아버지를 향한 마음과 더불어 입양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필자는 실제 미국 가정의 한인 입양아 출신으로서 입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 개발관련 회사의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는 스티브 모리슨이란 분입니다. 그 분은 고아에다가 장애인이었고 나이가 더 이상 미국으로 입양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14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미국 유타 주의 한 기독교인 가정으로 입양되어 왔답니다. 이제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연구원으로 일합니다. 이 분이 10여 년 전 부터 자신의 입양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입양 홍보회 (MPAK: Mission to Promote Adoption in Korea)'란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 단체를 통해 미국에서는 재미 교포들에게, 한국에서는 한국 국민들에게 입양을 홍보해 왔습니다. ’모든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가정을 갖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고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분과 두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입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이 고아가 되어 고생하고, 미국 가정으로 입양이 되며 경험했던 삶의 여정에서 가졌던 의문들이 어느 날 해결되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고아들의 외로운 마음과 가정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한번 경험해 보아라. 입양을 통해서 얻는 사랑을 한 번 경험해 보아라. 한국에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단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네가 무엇을 바칠 수 있겠느냐?” 이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모리슨씨는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가정을 갖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비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입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커다란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분의 고백은 필자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 확신으로 고백하는 이 분의 말이 있습니다: “입양은 사랑입니다 (Adoption is Love.)” 한 사람의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