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내러티브(Narrative)’. ‘내러티브 치료’, ‘내러티브 상담’, ‘내러티브 세일즈’.. 내러티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응용되면서 사회현상을 표현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내러티브’는 한국말로 ‘이야기’라는 뜻으로 감성, 이미지와 함께 현 세대의 흐름을 대표하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내러티브 비평학 선구자인 David Roads 교수의 지도를 받아오며 연구해온 한태진 목사(산호세 대성장로교회)는 “내러티브를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한 것이 있다면, 플롯(plot)으로 짜여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감성, 이미지, 그리고 이야기 세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전달된 이야기에 웃고 운다. 그런데, 설교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할 수 없는 것인가. 사실 성경이 이보다 더 깊고 기막힌 이야기가 아닌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드라마를 알아야하고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한 목사는 “삶이란 곧 이야기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 이야기가 있고 삶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삶 자체가 곧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삶을 형성하고 삶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내러티브방식, 뛰어난 수용성과 전달력 있어

그는 내러티브 방식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는 뛰어난 수용성과 전달력이 있고 기억하는데 뛰어난 장점이 있다.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잘 이해하도록 하며 사람의 감성을 고양시키며 오래 기억나도록 해주고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내러티브란 말이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한태진 목사는 “David Roads 교수(성서신학)가 1978년도에 ‘내러티브’란 용어를 처음 학문적 용어로 소개했다”며 “저의 주임교수인 David Roads교수가 당시는 신학의 새롭게 개척된 분야로 ‘Narrative Criticism(이야기 비평)’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러티브란 말은 기독교에서 시작되어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경우다. 한 목사는 “지금은 사회전반적인 흐름을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고 말했다.

▲‘내러티브’란 용어를 처음 신학계에 소개한 David Roads교수의 저서.
한 목사는 “성경은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강해설교도 이제는 내러티브설교로 서서히 넘어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신대 이연길 교수를 통해 소개되고 아직 내러티브설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없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란 사건, 인물이 있고, 문제해결 과정이 있다. 하나님 앞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하나님은 그의 이야기를 이 땅 가운데 끌고 오셨다. 그것을 우리 이야기로 끌어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러티브 방식 성경공부, 최초로 목회현장에 도입

한태진 목사는 3년 전부터 대성장로교회에 부임하면서 내러티브 방식을 한걸음 더 나아가는 시도를 감행했다. 내러티브 방식을 설교 뿐 아니라 목회현장인 소그룹 성경공부에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러터브 방식을 소그룹성경공부를 통해 목회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미국교회에서도 처음 적용된 시도다. 미국교계에서도 그동안 설교영역에만 활용했지만, 목회차원에서 아직 활용되지는 못했다. 한 목사는 “미국장로교(PCUSA)교단 노회에서도 독특한 케이스라며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조만간 미국노회에도 소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러티브 방식 소그룹 성경공부는 장년부 뿐 아니라, 영어권인 유스부에서도 함께 이뤄진다. 주일 예배 전에 한 시간씩 전 교인이 내러티브 방식으로 성경공부모임을 갖고 예배에 참석한다. 어른, 어린이 구별 없이 모두 성경공부를 듣는다.

“이야기 식으로 성경을 배우는 교인들이 말씀에 대해 집중한다. 하나님과 관계가 살아나니까 교회가 따뜻해진다. 내 소리가 작으면 하나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말도 있듯이, 나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한 목사는 “내러티브 설교뿐 아니라 전 교인이 성경공부까지 함께해야 목회현장에서 파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내러티브 성경공부방식을 도입한지 정확히 3년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조금씩 싹이 나기 시작한다. 이런 것이 이야기목회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성장로교회는 영어권 아이들도 함께 공부하기위해 교재까지 직접 한글에서 영어로 번역했다. 한국어 이야기성경공부 교재를 위원회를 구성해 직접 영어로 번역해 교재를 만들어 사용했다.

한태진 목사는 “지금까지가 세팅과정이었다면, 앞으로 성경공부 패키지를 만들어서 외부로 자료가 많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야기 성경공부방식을 한국과 미국교회에 체계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내러티브 설교,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야기 설교라고 해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준비와 끊임없는 성경 연구가 필요하다. 한태진 목사는 이야기 설교는 오히려 더 많은 준비와 끊임없는 성경 연구가 필요하다며 설교 자료로 쓰기위해 십오 년 넘게 준비한 스크랩 자료를 쏟아냈다.
이야기 설교라고 해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준비와 끊임없는 성경 연구가 필요하다.

한태진 목사는 “성경 이야기 외에 지금 살아있는 이야기도 함께 찾는다”며 “설교 자료로 쓰기위해 십오 년 넘게 준비해왔다”면서, 그동안 스크랩한 자료를 쏟아냈다.

각 주제별로 스크랩된 것 외에도 스크랩하기 위해 모아둔 박스까지 가득했다. 상담, 내적치유, 미국주류사회, 미국 경제, 2세 사역, 교육, 가정, 소그룹, 전도, 멘토링 등 주제별로 스크랩자료들이 있었다.

그는 “약 15년간 자료를 계속 모으고 있다. 현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우리 삶속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며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니까. 고민해야 한다. 목회자는 계속 찾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에 미국신학교에서 7, 8년 동안 강의했지만, 신학의 갇혀있는 말씀이 아닌 목회현장, 교회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 말씀을 경험하니 기쁘다.”

한태진 목사는 “말씀은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다. 말씀연구하고 묵상하면서 새롭게 다가오니까 설교하기가 기쁘다. 목회자가 기쁘게 설교하면 성도들이 그대로 영향 받으니까 또 행복해진다. 많은 목회자들이 설교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어렵게 느끼지만, 내 경우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책을 보면서 연구하면 정말 재미있다”면서 흥미진진한 말투로 그는 360도 파노라마방식으로 찍힌 이스라엘 지리 책을 펼치면서 기자에게 수 권의 역사지리책을 소개했다.
한 목사는 “첫째로 자료를 많이 모아야하고, 둘째로 성경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목회자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삶이다”라면서 성경지리연구 원서를 몇 권씩 꺼내보였다. 이런 책을 보면서 연구하면 정말 재미있다며 360도 파노라마방식으로 찍힌 이스라엘 지리 책을 신나는 말투로 기자에게 내보였다.

내러티브 설교, 웹사이트 통해 소개하고 있어

그는 대성교회웹사이트(www.daesung.org)뿐 아니라, 개인 블로그(www.thevision333.com)를 통해 내러티브 설교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내러티브 설교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목회자, 사역자들이 이 블로그를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내러티브 성경공부 방식을 목회현장에 도입하는 대성장로교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해 젊은 부부 30 가정이 새로 교회에 들어왔다. 교회 웹사이트를 통해 독특한 교회문화를 경험하고 말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명의 새신자도 나타나기 어려운 산호세 지역에서 이례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가 주장한 내러티브 성경공부방식은 이제 교회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

오는 11월 1일부터 4일까지 미국장로교회(PCUSA) 다문화목회 주최로 미주 한인목회자를 대상으로 내러티브 프리칭클리닉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