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며 선물로 받았던 중고차가 있었다. 우리 부부의 첫 자동차이기에 참 많이 아꼈는데, 운전하다가 들어온 빨간 불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 결국 과열로 차를 버리게 된 적이 있다. 그 이후 나는 빨간 불, 아니 노란 불만 들어와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김남준 목사는「싫증」이라는 책에서 싫증은 우리의 영혼의 적신호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핵심 있는 진단을 하고 있다. “영혼의 싫증은 곧 영적 권태감입니다. 영혼의 싫증은 마음으로 나타납니다...신앙생활의 싫증은 하나님과 관련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사랑하던 마음이 이제는 거기로부터 멀어져 별로 끌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혐오하지도 않는 권태의 상태입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열렬함이 사라진 상태로서 권태감이 가득한 마음입니다.” 내 영혼이 하나님께 끌리는지, 아니면 배척하는지는 예배를 드리는 내 마음을 진단해 보면 알 수 있다. 예배를 향한 기대가 식어 있는 마음, 계시되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이 졸음으로 가려진 마음, 찬양에도 6.25 이후 6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는 38선처럼 도저히 열리지 않는 입술이 영혼의 빨간 불, ‘싫증’이 아니겠는가?

예배시종, 눈과 입은 굳게 닫고 있으면서 귀는 열어 놓았다고 우기시는 분들, 강대상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앞 사람의 뒤통수 머리카락만 세고 있는 분들, 자기 교회 사역에는 술 취한 사람처럼 눈이 풀어져 있다가, 정치나 연예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불을 키는 분들, 이러한 권태기 현상이 꼭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적신호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김남준 목사는 달리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싫증의 끝은 싫증이 아니라 반감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싫증은 반감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혼의 싫증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생명력을 잃어버린 무기력해진 신자가 하나님을 대적하고 반역하는 데로 나아가는 전초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