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6.25 사변이 일어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60년이면 사람으로 치면 환갑(還甲)이다. 생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제 위치에 오는 해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 6.25 사변이 일어났는데,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흐르는 세월이 예사롭지 않다.

6.25 사변이 나던 1950년 남한은 일제 강점 35년으로부터 해방된 지 겨우 5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지 불과 2년 밖에 안 된, 그래서 전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변란을 당했다. 불과 3일 만에 서울이 점령됐고 낙동강 이남을 제외한 남한 전체가 인민군에게 점령당했다.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군사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미국을 위시한 UN군의 은덕이다.

미국이 6.25에 참전하게 된 동기 중, 일반이 거의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당시 주미 대사로 있었던 장면 박사가 미국 조야에, 특히 미국 교회에 부르짖었던 내용이다. “남한에는 1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다. 남한이 공산화되면 100만 명의 기독교인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미국이 남한에 많은 군대를 보내고, UN군까지 동원한 것은 물론 정치적, 경제적 동기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 수호’ 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교회는 전화(戰禍)에 초토화되고, 아사(餓死) 직전의 한국민들, 특히 교인들을 위해 먹거리와, 입을 옷, 기타 생필품을 모아 대량으로 보내 주었다. 필자도 피난 생활 중 이들이 보내 준 구호 양식을 먹었고 구제품 옷을 입고 살았다. 이런 미국과 미국 교회의 후원으로 우리 민족이 살 수 있었고, 전쟁고아, 과부, 장애인 등이 이들의 도움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

6.25 사변으로 한국교회는 이북에서 공산당을 피해 남하한 많은 목사들과 교인들에 힘입어 각처에 교회가 세워졌고, 전도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교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성장을 거듭한 교회는 해외 선교에도 힘을 기울려 세계 도처에 수 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위업을 달성했고, 지금도 세계 복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수많은 신학교에는 세계 유수의 신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고 돌아온 교수들이 알찬 교육을 하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신학교에 지원하여 후세대 목회자로 또는 세계 선교의 주역으로 훈련 받고 있는 것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교회가 커지고 교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거기에 부작용도 적지 않게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지만, 교회의 구성원들은 인간들이기에, 인간들이 모인 곳에는 어디에나 부작용이 있고,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초대형 교회들의 세습 문제, 재정의 불투명성, 수천억을 들여 매머드 예배당을 짓는 문제 등등 안티 기독교 세력들의 공격 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 역시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6.25 사변을 모르는 세대가 70, 80%에 이르는 현실에서, 특히 미국에서 내어난 2세들이나, 어려서 미국에 이민 온 1.5세대들은 6.25 사변을 말로만 들었지,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심지어 남한에서도 6.25에 남쪽이 쳐 올라갔다고 하는 친북, 좌파들이 준동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미국의 1.5, 2세대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인간은 은혜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갚아야 한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보은하는데 있다. 우리가 미국에 진 은혜는 무슨 말로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돕지 않았다면, 남한은 공산화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한반도에 교회는 단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 교인들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가 굶어서, 혹은 병으로, 혹은 폭력에 쓰려져 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남한만이라도 온갖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은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 자라는 1.5, 2세들은 최선을 다해 주류 사회에 편입하여 고위 직군(職群)에 올라 미국과 조국, 그리고 인류 복지와 자유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6.25 사변 때 미국에 진 빚을 일부라도 갚는 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셔서, 특히 기독교인들을 사랑하셔서 남한만이라도 구원해 주셨다. 우리 기독교인 모두는 자유도 빵도 없는 동토(凍土)에서 김일성 주체교(主體敎)에 고통당하는 우리 민족들, 특히 기독교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날이 속히 오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이것은 남한에 사는 모두 뿐만 아니라, 이곳 미주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며 당위임을 순간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