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론조사기관(월드서베이)의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30~40대 성인남녀 500명 중 아버지와 한 달 평균 대화 시간(전화 통화 포함)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4%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며, 5분미만은 34.2%라고 밝혔다. 아버지와 대화가 적은 이유로는 응답자 중 73%가 ‘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적어 대화가 어색하다’는 이유를 들었으며, 10%는 ‘아버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은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남학생들은 ‘아버지’라고 대답하기도 해, 오늘날 자녀들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6월 20일은 미국의 ‘Father's Day’로 이민사회 한인가정의 아버지들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기보다 가정에서나 또는 자녀들에게 비춰지는 아버지의 자화상을 다시금 점검해 보게 만든다.

이는 아버지의 역할이 경제적 지원과 가족부양에 집중돼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유교적 가부장적 제도에서 비롯된 구습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버지 역할 교육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오고 있다.

특별히 믿음의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자녀와 부모의 관계개선을 위한 역할 교육을 넘어 부모가 가진 신앙을 자녀에게로 잇는 신앙전수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날을 맞아 주일예배에서 설교한 한기홍 목사(은혜한인교회)는 신앙의 관점에서 본 아버지의 역할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온 가족으로 하나로 모으고 신앙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결속의 역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랑의 역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신앙으로 가족을 인도하는 ‘인도의 역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나님의 청지기로 이웃을 섬길 수 있도록 통로가 되어주는 ‘파송의 역할’이 그것이다.

한기홍 목사는 “예수님의 삶 자체가 복음이었듯 말보다는 삶으로 자녀와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며 “아버지들이 먼저 영이신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그분의 은혜를 체험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좋은 아버지의 시작은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며 “포옹과 말로 사랑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