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민족분규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난민들에 대한 구호와 기도가 요청되고 있다.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키르기스스탄 남부 도시인 오쉬에서 발생한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 주민 간 충돌이 키르기스계에 의한 우즈벡계 무력탄압으로 번지면서, 현재까지 20만 명의 주민들이 소요 지역에서 벗어나 피란길에 올랐다.

대부분이 우즈벡계인 난민들은 키르기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의 탈출을 감행해, 현재 10만 명 가량이 우즈벡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14일 우즈벡 정부가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며 국경을 폐쇄함에 따라, 아직 남은 10만여 명의 난민들이 국경 지역에 고립되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난민들은 물과 음식, 의약품은 물론 씻거나 잠잘 곳조차 없는 극도의 어려운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들이 구호를 위한 재정 지원에 가담하고 있지만, 2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난민이 갑자기 발생함에 따라 더 큰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되고 있다고 UNHCR은 호소했다.

이에 적십자, 월드비전 등 기독교 구호단체들도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UN의 요청에 응답해 구호 준비에 돌입한 상태라고 미국의 크리스천포스트(CP)는 전했다.

이번 사태는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 청년들 간의 싸움에서 촉발되어 수적으로 압도적인 키르기스계 청년들이 우즈벡계를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유혈충돌의 양상으로 비화됐다. 키르기스에서 두 민족은 전체 인구 550만 가운데 키르기스계가 70%, 우즈벡계가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사태가 발생한 오쉬 등 남부지역은 소수인 우즈벡계가 밀집되어 있어 두 민족 간 충돌이 잦은 지역이다. 특히 오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가운데, 우즈벡계가 상권을 장악하면서 두 민족 간 빈부격차가 벌어진 데서 따른 갈등이 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기에 최근 키르기스의 정치적 정황이 더해져 이번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이루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르기스 남부지역은 지난 4월 반정부시위로 축출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로 키르기스계는 그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반면, 우즈벡계는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수반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발적인 성질의 것이 아닌,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치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며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배후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현재 오쉬를 비롯한 소요 발생지역들은 과도정부의 병력 투입에 따라 일시적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우즈벡계 주민들에 대한 크고 작은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사태로 최소 100여 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우즈벡계 주민만 300명 이상이 죽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 이번 사태가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발전하거나 인근 국가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요구된다는 세계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기독교 단체들 역시 키르기스 내 정국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과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ACT 얼라이언스 중앙아시아 포럼의 타티아나 코토바 대표는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물론 이 곳 과도정부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곳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나서 그들을 보호해 주기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슬라브지역가스펠협회(Slavic Gospel Association)의 조엘 그리피스 디렉터는 “키르기스를 위한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고 있다”고 기도 또한 요청했다. 그는 한편,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은 대부분 러시아계이기에 현지 교회의 피해는 크지 않으며 현재 혼란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교회들이 봉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복음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