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현상을 이해하는데 전쟁터처럼 좋은 연구실은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때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의 미국 정신과 과학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월남전을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정신적 고통과 증상을 배웠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이라크에 파병 되었던 병사들이 돌아 온 후에 한동안 상담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앞서 언급한 그런 부류의 증상들로 인한 것입니다. 너무나 잔인하고 또 어의 없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병사들은 그리운 고향과 가족의 품에 안긴 이후에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전쟁전에는 명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침울해지고 , 공연히 사람을 피하며,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기를 잘합니다. 또 밖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려도 갑자기 총소리라고 경악을 합니다. 특히 소리나 타인의 행동에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가정에서도 일어 날수 있는데, 9살 난 딸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부인이 딸아이가 혼자 자면 무서워서 자꾸 깨기때문에 딸아이가 잠을 푹 잘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알아 본 즉 이 부인이 재혼하기 전에는 한 침대 에서 딸아이와 같이 잠을 잤는데 일 년 전 어머니가 재혼한 후부터는 따로 자게 됐고, 그때부터 딸아이는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서 학교성적도 떨어지고, 숙제도 게을리하거나 아예 잊어버리고 안 해 간다는 것 입니다.

딸아이와 대화를 해보니 다른 문제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다만 한 가지 어머니에 대해 무척 걱정 하며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잘 때는 마음이 놓여 잘 잘 수 있지만, 떨어져 있을 때는 불안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는 이혼 전 이가정은 폭력이 난무하는 심한 부부싸움이 잦았는데 그 당시에 딸의 학교생활이나 수면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재혼하고 생활이 안정된 후에 왜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지, 딸에게 착한 새 아버지가 생겼고, 옛날처럼 아버지랑 어머니가 치고받으며 싸우는 것을 보지 않아서 좋을텐데 왜 잠을 못 자는지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제 이 딸의 경우 부모 간에 싸움이 격렬하고 항상 신변에 위험을 느끼던 시기에는 강하게 버텨냈지만 , 오히려 위험한 시기가 지난 후에야 증세가 생긴 것 입니다. 마치 전쟁터 에서 악착같이 싸우 던 군인들이 안전지대에 와서 긴장감이 풀리면서 정신적 증상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예입니다.

계속 상담 을 통해 발견한 것은 이 어머니는 이혼 후 이 딸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는데 딸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서 딸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어머니는 우울해 하고 상심한 표현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들은 후 부터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공부도 할 수 없고 잠도 잘 잘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딸은 아버지를 잃었는데 어머니마저 잃을 것 같은 불안이 증세를 악화 시킨 것 입니다. 자식 사랑은 따뜻한 격려와 이해를 통한 사랑임 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