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만나봤던 상투스 리얼 같은 팀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활동의 터를 다져온 그룹이라면, 비교적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팀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미국의 CCM계에서 2010년 초에 화제를 모은 밴드들을 열거했을 때 ‘뉴월드선’을 빠뜨렸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올해 나온 셀프타이틀 앨범을 통해서 수많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퓨전’이라는 말이 대세다. 영화, 음식, 패션등 대중문화가 바라볼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개성 강한 장르들을 이종교배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뤄져왔다. 특히나 음악에선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실상 모던워십 역시 그런 퓨전적인 결합의 결과이기도 하다. 너무나 추세화가 되어서 오히려 더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역설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 특출난 결과를 보여주는 재능있는 이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뉴월드선은 캐나다 밴드이다. 캐롤린 아렌즈, 다운히어 등 적어도 대중적인 스타일의 모사가 아닌 자신들만의 개성을 잘 드러내주는 아티스트들이 포진한 도시 온타리오에 있는 재즈바에서 결성된 이들은 2006년 독립 앨범인 ‘Roots Revolution’을 발표했고, 이 음반이 (뉴스보이스의) 피터 펄러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펄러가 소유하고 있는 음반사인 INPOP을 통해 발표된 앨범 ‘Salvation Station’은 발표된 해에 각종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고 실제로 반응도 좋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들자면 ‘Salvation Station’의 호응이 대체로 그들의 본거지(?)인 캐나다에만 국한되었다는 점이었다. 캐나다의 도브상인 커버넌트 어워드의 다수 수상, 캐나다의 그래미상인 주노 어워드의 크리스천 음악 부문의 후보 지명(그러나 수상은 대체로 선배들인 브라이언 덕슨이나 다운히어에게 돌아갔다)이 이들의 성과였다. 하지만 2010년 새 앨범인 ‘Newworldson’을 통해 이들은 본격적인 비상의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발표된 첫 싱글 ‘There is a Way’의 맛깔스러운 멜로디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면서 이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There is a Way’의 빌보드 크리스천 차트 3위 달성은 뉴월드선이 거둔 가장 큰 상업적인 성과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 2월에 발표된 본 앨범도 전작인 ‘Salvation Station’에 비해 차트 등극에서 큰 반등을 했다.

재즈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전형적인 재즈라기보다는 락적인 요소, 그리고 이 접목에서 나오는 월드 뮤직적인 감성까지도 잘 아우르고 있는 이들의 음악 최고의 강점은 편안함이다. 부수적인 해석과 근원을 따지는 역감상보다는 그냥 편안하게-마치 이 앨범의 신명나는 첫 트랙인 ‘You Set the Rhythm’처럼 앨범 하나가 훌쩍 넘어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 넉살 스러움은 앨범 후반부에서 보이는 레게 스타일에서 절정을 이룬다. 한마디로 앨범 한장이 쉬이 넘어가는 그런 팀이다.

앨범의 축이 싱글인 ‘There is a Way’가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신 분이 계십니다'라는 선포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이들 음악 모토의 방점이기도 하다. 이 곡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흥겹고 펑키한 느낌이 만발하지만, 오히려 이 곡을 지나 중후반부로 가면 블루스, 라틴, 재즈 등의 본격적인 퓨전 사운드가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상 싱글에 이끌려 온 이들이 풍성한 음악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터도 사실은 이 앨범의 중반부 이후 부터다.

아직은 활동의 초기이지만 만만찮은 기량을 보여주는 뉴월드선. 재능있는 신인팀의 행보를 이렇게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유재혁(CCM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