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 속에서 ‘위기’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걱정이 되고 우울한 심정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 ‘위기’라는 말이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 청소년들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 될 때는 그 심각성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학생이 지금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대학 전공을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큰 문제라고 단정 짓기가 쉽다. 하지만 그런 방황의 시기가 진정 위험하고 나쁜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청소년 시기를 대표하는 발달과정의 요소가 정체성의 성찰이라면, 이 시기에 있는 학생들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 또 그렇게 물어 볼 수 있는 기회가 꼭 주어 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에 있어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나는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어떠한 삶의 모습으로, 또 어떠한 신념을 갖고 살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청소년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런 자기 탐구와 생각과 마음의 방황의 시간들이 주어지지 않을 때, 그런 자기 고찰이 무시당하거나 주위의 어른들이나 부모로부터 웃음거리의 대상이 될 때, 청소년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방황을 통해서, 또한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은 생각하는 힘, 어려운 일이 닥쳐왔을 때에 바르게 결정하고 판단하는 힘, 실망치 않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뚫고 나가는 힘 등을 기르고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한 학생이 있다하자. 이 학생이 그러한 자기성찰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기도 전에, 그런 마음의 방황의 시기를 거치기도 전에, 부모님으로부터 대학 진로, 장래 직업, 혹은 배우자 선택 등을 강요 내지는 인도받았다 하자. 처음에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애써보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경우에 이런 학생들은 장래 어른이 되었을 때, 한번쯤은 방황의 기회를 되찾고자 노력하는 수도 있다.

인간 성장발달이란 한 인생의 평생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십대, 아니 이십대에 모든 성장이 이루어지고 발달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기, 장년기를 넘어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인간은 발달하고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나이에 따라, 때에 따라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그 나름대로의 방황과 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은 청소년의 때에, 또 장년은 장년의 때에, 그 때에 맞는 방황과 자기통찰과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란 청소년 발달에 나쁜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강필주 박사는 UC버클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인간발달 분야로 교육학 석사학위를, 풀러신학교에서 성경과 신학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UC 산타바바라대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발달 분야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23세, 21세, 16세의 3자녀를 둔 어머니인 강필주 박사는 나성영락교회 청소년 목사로 재직하면서 청소년들의 영성과 멘토링, 우울증과 비행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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