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친한 친구의 교회에 따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중,고등부 부흥회였는데 설교가 끝나고 헌금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인지, 전도사님 인지 한 남자분이 기타를 들고 나와서 혼자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헌금 바구니가 돌고 노래도 끝나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그 노래와 멜로디가 계속 입가에 머물렀습니다. 가사도 간단하고, 곡조도 쉽고 자꾸 반복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손 내밀어 주를 만져라 주 지나신다.
너의 애타는 외침을 주 들으시리
주님 너의 모든 것을 채워 주시리.
손 내밀어 주를 만져라 주 지나신다.”

아마 칼럼을 읽는 분들 중에는 이 노래를 아는 분도 계시고,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34년 전에 들었던 노래이니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으시겠죠. 아무튼 그 간단한 노래가 왜 그렇게 오래 내 마음에 남았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그 노래를 불렀던 분의 인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은 진짜 주님이 지나가시는데 손을 내미는 것 같은 표정과 태도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어린 저도 마치 그 시간에 진짜 주님이 지나가시는 것처럼 느꼈고, 그래서 손을 내밀어서 잡고 싶었습니다. 함께 따라서 불렀던 노래도 아니고, 악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강렬한 인상과 감동이 그리고 쉬운 곡조가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 마음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 에 악보를 찾아서 보니까 이 노래가 막 5장에 나오는 혈루병으로 12년을 고생한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을 만지고, 병이 나은 내용을 가지고 작사, 작곡한 것을 알았습니다.

혈루병으로 고생한 여인에 대한 내용은 마태, 마가, 누가복음에 나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은 다른 두 복음서와 약간 다른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용도 제일 짧은데, 마태는 여인의 병이 나은 시점을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을 때로 기록한 마가복음과 누가복음과는 다르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을 때로 적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 여인을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 그 순간 여인은 병이 나았습니다.”(마 9:22, 우리말성경) 개역개정 성경은 “이르시되.....그 즉시”로, 표준새번역은 “말씀하셨다. 바로 그 때에”로 혈루증 여인의 병이 나은 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 나서 거의 동시에 치유가 이루어졌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혈루병으로 고생한 여인이 아마 주님의 옷자락을 믿음으로 만졌을 때, 병이 나았겠지만 병을 치료한 분은 주님이심을 마태는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옷자락을 만지는 믿음과 그 믿음에 대한 기적과 치유를 베푸시는 분이 주님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