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을 올려 머리감기가 힘들어지고 속옷을 입고 벗을 때 팔이 잘 올라가지를 않아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저 생활에 약간 불편이 따르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참고 지내겠지만, 이따금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어깨에 통증이 몰려와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특히 밤에 잠을 청하려면 욱씬욱씬 쑤시는 통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잦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검사를 해 보니 팔이 뒤쪽의 등 뒤로 올라가지도 않고, ‘견우’라고 하는 어깨부위 경혈자리 앞부분에 압통이 뚜렷한 점 등으로 보아 오십견으로 진단하였습니다.

어깨가 결리면서 아프면 그냥 쉽게 오십견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어깨 결림과 오십견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고 진행과정이나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들어 컴퓨터 사용시간이 늘어나고 또는 스트레스나 장시간 운전 등으로 어깨 결림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주로 어깨 자체보다는 목덜미와 그 바깥쪽의 견정부위가 딱딱하게 굳어지고 통증을 나타내지요.

반면에 오십견은 어깨관절 자체가 통증부위이고 어깨관절의 운동제한 및 야간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픈 팔을 어떤 방향으로 올리거나 돌려도 어깨 전체가 아프고 누가 만지기만 해도 심하게 아프지요. 또 어깨가 굳어져서 환자 스스로나 의사가 팔을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고 통증만 전체적으로 더 심해집니다. 오십견이 아닌 어깨통증 질환들은 어느 특정한 방향에서만 운동제한과 통증이 나타나며 통증의 강도도 오십견에 비해 약한 편입니다

오십견이란 용어는 정확한 질병명이나 진단명은 아니고 50세 전후에 많이 발생하는 어깨병이란 뜻으로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이해하기 쉬운 용어인 탓에 지금은 의사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영어문화권에서는 동결견(frozen shoulder)이란 용어도 많이 써서 어깨관절이 얼어붙은 것처럼 들러붙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지만, 정확한 병명은 ‘유착성 견관절염’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오십견의 원인을 어깨 부위 관절에 어혈(瘀血)이 뭉쳐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어혈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침과 탕약을 같이 사용하는데, 침으로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면 움직임이 활발해진 기가 어혈을 직접 때림으로써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탕약은 뭉쳐있는 이 어혈을 분해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몸이 냉한 사람에게 어혈이 생기기 쉬우므로 평소 몸이 차갑지 않도록 주의하고 반신욕이나 어깨를 돌려주는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해주면 오십견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오십견은 그냥 놔두어도 저절로 낳는다고 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을 가끔씩 봅니다. 사실 이 질환은 죽고 사는 병은 아니므로 통증과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며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견뎌내면 증상의 80%는 해소되고 특히 통증은 완전히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어깨관절에 석회화가 생겨서 운동제한이 영구적 후유증으로 남게 되고, 무엇보다도 매우 긴 시간 동안 생활불편이 심하므로 병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가래로 막게 될 것을 미리 손쉽게 호미로 막는 지혜일 것입니다.

LA 동국대학교 교환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이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