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동서양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드는 불청객 춘곤증은, 기온이 따뜻해져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비타민 소모량이 많아지는데 비해 우리 몸은 아직 충분한 양의 대사물질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영양결핍증입니다. 또 낮이 길어져 겨울보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잠은 부족해지는 등 생활 리듬이 바뀐 것에도 일부 원인이 있습니다.

몸이 이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고 나른하면서 눕고만 싶으며 졸음이 쏟아지고 식욕도 줄어드는 춘곤증은 남녀노소 누구나 겪게 되지만 특히 운동량이 부족하고 과로하기 쉬운 직장인들과 학생들 그중에서도 수험생들 그리고 주부들에게 또한 많이 나타납니다.

봄은 목(木)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라서 목(木)에 해당하는 장기인 간의 활동력이 가장 활발해지지요. 그런데 간의 기운이 활발해지면 비장과 위장(이들은 土에 해당)의 기능을 억제하여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식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춘곤증이 심할 때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는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을 피하고, 이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약재나 식품을 먹으면 도움이 되는 겁니다.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숙면,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음 식들이 좋은데, 특히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봄나물을 섭취하는 것이 생각이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봄나물에는 봄 철에 부족해지기 쉬 운 비타민 A, C, D 등이 아주 많이 함유되어 있거든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봄나물은 씀바귀. 씀바귀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고채(苦菜)’라고 부르며, 동의보감에서는 그 효능을 ‘오장의 사기와 열기를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며 잠을 덜 자게 하고 악창을 낫게 한다’고 했습니다.

두릅나무의 어린순을 말하는 두릅나물도 춘곤증해소에 좋은 음식입니다. 두릅을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맛과 향기로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워주는 동시에, 그 신선한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신(安神)’ 효과가 있어 정신적 긴장이 많은 학생과 직장인에게 머리를 맑고 상쾌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봄나물의 대명사 냉이는 끓는 물에 데쳐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국을 끓여 먹고, 돌나물은 새콤달콤하게 초무침을 해먹고, 봄동은 쌈으로 먹거나 고춧가루 양념을 버무려 겉절이로 먹으면 비타민 C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춘곤증 예방과 퇴치에 꼭 필요한 생활수칙 5가지를 소개하니 이를 지킨다면 어렵지 않게 나른함을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춘곤증 퇴치 5계명
①커피 음주 흡연을 피한다 - 졸린다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 흡연을 자주 하면 몸은 더 피곤해질 수밖에 없어요.

②아침을 거르지 않는다 - 아침 식사로 오전 동안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해주고, 점심 식사 때 과식하는 것을 피할 수 있어 졸음을 줄여주지요.

③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면 나른함이 없어지고 밤에 숙면을 도와줍니다.

④낮잠은 10분만 자도 충분하다 - 10분 정도의 낮잠은 오후의 졸음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반면, 불편한 자세로 30분 이상 자면 오히려 밤의 숙면을 방해해요.

⑤환기를 자주 시킨다 - 탁한 공기는 산소 부족으로 인해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하품이나 졸음을 몰고 오지요

LA 동국대학교 교환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이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