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10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비록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박찬호와 추신수 둘뿐이지만 올 시즌 이들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그런데 박찬호와 추신수는 공교롭게도 가장 큰 이목을 집중시킨 개막전에서 나란히 동반난조를 보였다.

박찬호 패전-추신수 3연속 삼진

뉴욕 양키스의 박찬호는 4일(현지시간) 있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개막전에서 0.2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2자책) 등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7-5로 앞선 7회말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한 필승계투조 멤버로 전격 출격했으나 더스틴 페드로이어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홈런을 얻어맞는 등 7-9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추신수 또한 5일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개막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안타를 못 친 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3연타석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등 의욕만 앞섰지 방망이가 따라주지 못했다. 3번 타자 추신수가 힘을 쓰지 못하자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0-6의 완봉패를 당했다.

추신수는 종전 타율 0.417, 1홈런 등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시삭스의 좌완에이스 마크 벌리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시범경기 활약상

박찬호와 추신수는 지난 스프링캠프를 통해 맹위를 떨친 바 있어 개막전 부진이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목소리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내내 무실점 역투의 활약을 이어갔고 추신수는 4할에 근접한 타율에 홈런도 3방이나 곁들인 바 있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전적 6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ERA) 제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8탈삼진 등을 기록했다. 중간에 한차례 있은 자체청백전에서의 2.1이닝, 1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5탈삼진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언터처블 투수였다.

추신수는 시범 19경기에서 56타수22안타, 타율 0.393, 3홈런, 16타점, 14득점, 2도루, 3루타 1개, 2루타 6개, 7볼넷, 7삼진 등으로 팀내 최다안타-타점1위, 홈런-득점 공동1위, 타율2위를 휩쓸었다.

부진의 원인은?

이렇게 잘나가던 두 선수의 개막전 동반부진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원인이 있다. 쉽게 말해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다르고 또 여느 정규시즌 경기와 개막전은 비중부터가 틀리다.

첫 시작을 잘 끊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경기가 바로 개막전이다. 이런 개막전의 특성을 염두에 둔다면 시범경기 성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이너리거들도 다수 포함돼 있던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컨디션을 점검하고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찬호와 추신수는 시범경기 때의 좋았던 페이스를 빨리 잊고 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맞붙은 상대들보다 페이스조절이 약간 덜 됐던 것이다.

지금부터가 시작!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점은 개막전도 162경기의 대장정 중 한 경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박찬호는 개막전 뒤 "이제 한경기 치렀다.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으면 된다"고 얘기했는데 바로 이 말이 정답이다.

비록 개막전에서는 난조를 보였지만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개막전 실수를 교훈삼아 앞으로는 보다 더 긴장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면 반드시 좋은 성적이 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호와 추신수의 개막전 동반부진은 '실보다는 득'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자칫 과도한 자신감을 추스르고 정신 재무장을 할 동기부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