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이란 병을 가진 사람을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병은 피(혈청) 속에 기름기가 많아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 동맥경화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나 또는 중성지방 같은 지방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성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지혈증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는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생기는 뇌경색(중풍) 그리고 팔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는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이 240mg/㎗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 이상일 때 고지혈증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넘기지 않는 범위에서는 간단한 식이요법과 운동 등의 방법으로 관리할 수 가 있지만, 이 기준을 많이 초과한다면 병원에 내원해서 전문적인 치료와 조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고지혈증이 있다고 해서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거나 불편한 증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은 이 점이 고지혈증의 무서운 점이고, 그래서 흔히들 침묵의 살해자(silent killer)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지요.

성별, 연령, 체중 등에 따라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비율에 차이가 있지만,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 및 비만은 피 속의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아울러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후천적 요인으로는 식이(총칼로리량 과다), 운동 상태(운동부족), 질병상태(당뇨병, 갑상선, 신장질환 등) 또는 복용하는 약물(이뇨제, 베타 차단제, 호르몬제) 등에 의하여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고지혈증을 예방이나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간단히 말해서 동물성 지방은 피하고 야채와 과일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단 음식을 줄여야 하겠고,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도 설탕, 과당과 같은 단순 정제당은 피하고, 야채, 해조류, 통곡식류를 통해서 복합탄수화물과 섬유질을 함께 섭취해야 좋습니다.

만약 이러한 생활요법을 잘 지키는 데도 계속해서 고지혈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의학적으로 볼 때는 이미 간장과 비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몸 안에 습(濕)과 담(痰)이 정체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약물치료가 필요한 거지요.

한방에서는 고지혈증을 몸에서 담음 어혈 같은 이물질이 섞여 생기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우리의 몸은 피와 진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가 탁해져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어혈이라 하고 하고, 물, 즉 진액이 탁해진 것을 담음이라고 합니다. 침을 써서 치료하게 되면 막혀 있는 기운을 다시 돌리게 되어 정체되어 있던 어혈과 담음을 녹여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운동은 온 몸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보내어 불필요한 지방질을 태워내므로 반드시 운동을 같이 해 주어야 지방이 줄어듭니다. 운동을 하면 고지혈증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중성지방이 많이 낮아지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요.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와 같은 운동으로 매 번 30~40분 정도, 1주일에 4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동맥경화성 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인 고지혈증을 잘 이해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조기발견 및 적절한 치료를 하면 그 위험성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LA 동국대학교 교환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이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