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MIT대학의 존 마에다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단순함의 법칙>에서 디지털 시대의 성공 키워드로 ‘단순함’을 들었습니다. 그는 복잡한 상품의 기능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단순화라고 역설합니다. 또 그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단 한 줄로 적고 있습니다. ‘Less is more!’

조금 모자란 듯이 비워둔 여백, 그것이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에다 교수가 주장하는 단순함은 극단적인 단순함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영에서도 단순함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볼 때, 자신이 설립했던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 유랑 생활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망해가던 애플을 기적처럼 회생시킨 그의 화두는 단 하나, ‘우아한 단순함’이었습니다. 애플사 수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 그의 회심작 아이팟이 바로 이 ‘우아한 단순함’을 테마로 디자인된 상품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혜성처럼 나타나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 난파선(GE)를 살려낸 잭 웰치의 처방도 단 한 줄이었습니다. “1등, 2등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라!”

전쟁이나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핵심,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몽골 부족을 통일한 칭기즈칸이 세계 정복에 나섰을 때 몽골의 인구는 200만 남짓,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최대 13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의 병력으로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칭기즈칸이 싸움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칭기즈칸은 당시 싸움의 핵심을 기동력으로 보았습니다. 칭기즈칸이 평소 가장 소중히 여기던 교훈도 유목민족이 살아가야 할 지침인 기동력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는 몽골족의 일파인 돌궐족의 명장이자 제상이었던 톤유쿠크의 가르침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톤유쿠크의 무덤에 묘비명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칭기즈칸이 가장 애송하던 문구였습니다.

기동력이 2배 빠르면 전력은 몇 배로 증가될까? 속도가 2배 빠르면 전투력은 2제곱인 4배, 3배가 빠르면 전력은 9배 늘어납니다. 몽골군대는 말에다 흰 음식과 붉은 음식을 두 덩어리 싣고 반달칼을 차고 어깨에 활만 메면 며칠 동안 말에서 내리지 않고도 싸울 수 있었습니다. 붉은 음식이란 말린 고기이며 흰 음식이란 말 젓을 가공한 요구르트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이들과 맞서 싸우는 군대는 전투원보다 보급 부대원의 숫자가 더 많은 느려터진 군대였습니다. 그러므로 칭기즈칸의 군사들은 말이 달리는 속도로 밀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칭기즈칸이 성을 쌓고 안주하지 말라고 그렇게 타일렀지만 후손들은 화려한 궁궐을 짓고 그 안을 금은보화와 미녀들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목민족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100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북방 초원으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뒤뚱거리는 기업들은 모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1981년, 20세기 경영의 황제로 불리는 잭 웰치가 GE의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GE는 무려 250여 가지 사업 분야에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매출은 70억 달러, 순익은 18억 달러였습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상황이 아주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내부에서 보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우선 그 동안 GE가 독점해 왔던 분야들 대부분이 경쟁사들에 의해 잠식되어 갔으며, 거대한 관료조직은 엄청난 관리비용이 들었습니다. 이런 조직으로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며 위기를 직감한 잭 웰치는 워크아웃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는 곁가지를 주목했습니다. 수많은 곁가지를 그대로 두고서는 나무가 곧게 자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곁가지를 치자고 결심한 그는 시장에서 1등, 2등인 사업 분야를 빼고는 모두 없애라고 지시 했습니다.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고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뚝심으로 선택과 집중전략을 밀고 나갔습니다. 이런 혹독한 워크아웃을 거친 이후 1998년 GE의 실적은 1005억 달러 매출에 93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잭 웰치가 취임한지 17년 만에 매출은 14배, 순익은 5배가 성장한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성을 쌓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하며 스피드가 떨어지면 안 됩니다. 복잡한 것을 과감히 정리하고 심플한 목표를 정하고 집중 공략해야 합니다. 인생은 머뭇거리거나 한눈 팔 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