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목이 하루 종일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머리의 무게는 보통 5kg 내외인데 이는 사실 대단히 무거운 것으로서 인체부위 중에서 그 단위부피당 무게 즉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무거운 머리를 그저 지탱만 하는 것뿐 아니라 전후좌우 사방으로 계속 운동시켜야 하는 우리의 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우 조그마한 부위에 불과합니다. 척추뼈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인 목뼈 7개와 주위 근육들이 이렇게 힘든 일을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쉼 없이 전담해서 일하고 있는 형편이죠.

한 가지 간단한 실험을 해 볼까요. 만약 누워있는 자세에서 다른 사람이 나의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좌우로 돌려주거나 앞뒤로 조금씩 운동시켜준다면 무척 편안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이 느낌은 바로 그 무거운 머리를 움직여주던 책임을 덜어낸 해방감에서 비롯된 것인데, 얼핏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기분이 좋아지며 10초 정도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목부위 근육이 부드럽게 풀려 피로가 물러가고 잠도 잘 잘 수 있습니다.

현대의 우리들은 여러가지 원인으로 목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운전 그리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이 가장 주된 원인이 되지만, 이외에도 엎드려 자는 습관과 음주/흡연도 목 근육을 과민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X-ray 로 찍어보면 부드럽게 굽어있어야 할 목뼈들의 배열이 직선형의 경직된 상태로 나타나, 마치 부동자세로 서있는 위병소 헌병의 목을 연상시킵니다. 목이 뻣뻣하면 그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이 상태가 누적되면 두통, 안구피로, 시력저하, 집중곤란, 등 결림 등의 증상이 같이 발생하기 쉽고,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그 압력을 견디다 못한 추간판(디스크)이 이탈되기 쉬워 소위 목 디스크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며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로 일정기간 치료합니다. 최근에는 추나요법이라고 하는 치료법으로 척추의 배열을 교정하는 방법이 도입되어 오래된 목 강직 뿐 아니라 목 디스크 질환도 수술하지 않고 좋은 치료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이 치료법은 척추뼈가 올바른 위치에 있는지를 검사하여 가능한 한 정상위치에 근접하도록 교정하여 줌으로써 주위 근육과 신경조직이 눌리거나 비틀어지지 않도록 바로 잡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습관 한 가지. 관절부위 특히 목이나 허리 또는 손가락을 스스로 꺾어 뚝뚝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운동을 하면 관절이 풀리고 개운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관절의 마모 즉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므로 결코 권장할 수 없으며, 일단 습관적이 된 후에는 이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관절운동이 제한된 느낌 때문에 점점 더 큰 힘을 주게 되어 관절이 어긋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결책은 3~4주정도 이 습관을 중지하는 것이 가장 키포인트가 됩니다. 그 동안에는 꽤나 거북한 느낌이 들겠지만 대부분 자연히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다른 악습관 고치기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인내력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통증이나 운동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침이나 한약으로 서근활락 시키고, 연세 드신 분에게는 기혈을 쌍보하는 치료를 권합니다.

LA 동국대학교 교환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이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