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은 말 그대로 더러워진 피나 엉긴 피를 의미한다. 혈액은 심장 박동에 의해 체내 구석구석을 돌면서 인체 각 장기와 세포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한다. 또 각 조직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탄산가스와 노폐물을 콩팥이나 폐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어혈은 이러한 혈액 기능을 상실해 버린 죽은 피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혈액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온몸을 돌아다닌다면, 어혈은 썩은 웅덩이처럼 신체 곳곳에 정체되어 있다.

따라서 어혈이 체내에 오래 고여있게 되면 그 부작용으로 두통과 어지럼증, 귀가 먹먹해지며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찾아온다.

또 헛배가 부르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며 피곤함이 느껴지며, 피부나 점막에 자반이 생기거나 시퍼렇게 힘줄이 돋아나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손톱과 그 주위, 입술과 혀, 잇몸 등이 자색으로 변하며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의 경우, 월경불순 및 산후에 밖으로 배출하지 못한 오로와 태반의 혈액 때문에 어혈이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어혈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심장 기능 저하일 때. 심장이 약한 탓에 혈액을 밀어내는 힘이 약하거나 일정치 않을 때, 혈관에 탄력이 없어 피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신체 곳곳에 피의 흐름이 정체되면 산소공급이 결핍되어 두통과 불면증, 기억력 감퇴 현상을 불러온다. 또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얼굴에 열이 확 달아오르고 어깨통증이 오기도 한다.

둘째, 열성질환으로 인한 세균독소, 타박상으로 인한 피하출혈, 차고 습한 기운에 너무 오래 노출되었을 때도 생긴다.

셋째, 기름진 식사 등으로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 등 노폐물이 많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혈관이 수축되거나 모세혈관이 막혀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때도 어혈이 생긴다. 예를 들어 뇌졸중 등은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데, 신체 및 언어장애 등 후유증을 남기는 이유는 뇌 곳곳에 생긴 어혈 때문이다.

분말을 마친 산모는 대부분 기혈이 허약해진 상태에 놓이게 된다. 10개월에 이르는 임신기간 동안 태아를 양육하느라 몸의 기운이 다 빠진 상태에서 다시 몇 시간씩 힘든 분만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만 시 출혈이 많았거나 난산을 겪은 경우라면, 산후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후 후유증으로 시달리게 된다. 분만시 산모가 끙끙대며 힘을 쓰는 과정에서 신체 이곳 저곳에 형성된 어혈이 제거되지 않고 뭉쳐있으면, 해당 부위에 동통이나 출혈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자궁 주변의 어혈로 인한 후유증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분만 후에는 반드시 신체 곳곳의 보이지 않는 어혈을 제거하고 기혈을 보양하는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