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 했습니다. 당시 약 한 달간 심한 열병을 앓고 난 후에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 안경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초등학생인 제 딸도 치료용 안경을 사용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안경을 사용하면 얻은 지식들중에는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목회자로서 얻은 교훈들과 비슷한 몇 가지가 있어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안경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물을 보는 렌즈가 내 눈의 시력 정도에 꼭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시력의 정도에 비교해서 렌즈의 도수가 너무 높으면 나의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뿐 더러 눈에도 오히려 많은 해를 끼치게 됩니다. 렌즈의 도수가 너무 낮아도 잘 보이지 않을 뿐이며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안경은 내 두 눈의 거리와 같이 좌우 두 렌즈간의 정확한 거리를 맞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잘못 정렬되면 눈에 피로가 쉽게 올뿐만 아니라 머리가 자주 아프고, 시력을 오히려 해치게 됩니다.

목회에서도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와 말씀을 받는 성도들 사이에는 초점 거리가 제대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말로 눈높이가 중요하다고 할까요? 목회에서도 목회자가 설교나 성경 공부를 인도하면서 교인의 수준에 걸맞지 않는 설교와 강의를 하면 듣는 사람들과 배우는 사람들에게 신앙적으로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설교 학자들은 설교자는 청중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많은 목회자들의 고민은 이를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부단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 일겁니다. 물론 목회자 자신에게 아예 감이 없거나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만을 옳다고 주장하면 그 것도 문제겠지요.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던 시절 배울 만큼 배운 분이셨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분이셨지만 교회 왕초신자이신 저의 큰아버지께서 굉장히 중요한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흥용아! 너는 제발 설교를 쉽게 하는 목사가 되라! 내가 텔레비전에서 많은 목사님들이 자주 설교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매 번 들어도 못 알아듣겠다. 그러나 아무개 목사님, 아무개 목사님을 아니? 난 그 분들 설교는 자주 듣는단다. 일단 그분들은 뭐라고 말하는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포인트가 분명해서 이해가 빨리 되서 좋다!" 제 큰아버지의 말씀의 의도는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제게는 모든 설교자들이 고민하고 있고, 또 사실 보편타당하게 목회 속에서 적용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시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가끔은 나도 목사지만 어떤 분들의 설교는 너무 어려워서 무엇을 핵심으로 말씀하시려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를 겪습니다. 그러니 평신도들은 오죽 할까 생각됩니다. 목회자 혼자 자신의 열심만 가지고, 내용의 수준을 너무 높여 신학적, 철학적, 추상적, 이론적인 말들을 많이 하고 너무 참석하는 분들에게 지켜야 할 규칙을 많이 만들면 당장 목사님 앞에서는 "예, 좋은 말씀입니다." 할지는 모르지만 속으로 "목사님, 너무 어렵네요!"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목사님 쉽게 가르쳐 주세요" 하고 요청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무 말 없이 빠질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잘 훈련 된 분들을 앞에 놓고 너무 기초적인 것만 가르치는 것도 저들을 잘 양육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야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건강한 목회를 위해서는 목사님과 사모님간의 마음의 초점이 또한 잘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목사님들에게 가장 좋은 충고자이자 조력자는 역시 목회자들의 사모님들일 것입니다. 어떤 부류의 목사님들 중에는 사모님들에게 목회에 관한 소리를 듣는 것을 간섭으로 여기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목회 상황에서는 사모님 없는 목회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목사로 부름을 받고 목사 안수를 받은 분들은 목사님들 자신일지 모르지만, 목회를 위해서 부름 받은 분들에는 사모님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야합니다. 두 부부가 손발이 맞아야 목회를 합니다. 목회자의 가정이 화목해야함은 물론이고 목회자와 사모님들 간의 목회에 대한 의사 교환은 목회의 윤활유이자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회자와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과의 마음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회는 소위 세상말로 성공 (?) 했는데 가정 목회는 철저하게 실패한 목사님들을 종종 봅니다. 목회자가 교인의 출석인원은 늘렸다고 해도 자기 가족으로부터는 목회자로서의 불신임을 당한다면 반쪽짜리 성공입니다. 목회는 철저히 자기 가정으로 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의 멤버가 다 나의 가정이다라는 생각은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진정한 목회자들의 자기 가족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의무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약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개혁 교단 뉴욕 대회 송흥용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