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학자가 주축이 된 연구소가 북한식 어휘로 된 영어 교재와 성경을 다수 발간했다.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식 교수(전 평양사범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반도언어연구소(Peninsula Language Institute)'가 펴낸 북한 주민용 영어 교재는 사전과 영어 자습용 교재, 성서 번역 등 세 종류. 미국과 한국 내 50여명의 한인 자원 봉사자들의 협조를 얻고 김 교수가 꼼꼼히 감수해 2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중엽부터 공산 진영의 국제시장이 붕괴돼 북한은 자본 진영 국가들과도 경제적 관계를 갖게 됐고 국제 공통어인 영어를 제 1외국어로 삼고 있지만 마땅한 교재가 없다”며 “북녘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한자어를 없앤 교재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평양말로 번역한 ‘영-조 사전’은 ‘American English’를 원본으로 사용했고 성서는 틴데일(Tyndale)에서 발간한 ‘New Lving Translation(NLT)’을 직접 대역해 ‘요한복음’ 번역을 일차적으로 끝냈다.

북한 지식인과 대학생 등을 위한 영어 자습용 교재도 성서 가운데 예수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부분만을 선택해 자료로 사용했는데 NLT가 현대 영어인데다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나 표현이 거의 없다는 점, AD와 BC를 가르고 세계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예수의 탄생, 세계적 관광지인 예루살렘을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반도언어연구소’는 북한 주민들의 영어 교육을 도와주기 위해 김 교수와 미국 내 한인 유학생, 미국 지식인 등이 중심이 돼 2007년 워싱턴에서 창립됐으며 현재 영어 교재와 성서 번역을 계속 진행 중이다.

한미장학재단 회장을 역임했던 이정환씨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조지 메이슨대 ‘한국연구센터(Korean Studies Center)’내에 ‘북녘 영어교육 지원센터’를 두고 운영한다.

한반도언어연구소는 앞으로 북한 학생들이 영어공부에 참고로 사용할 수 있는 도서, 회화 교재, 문법 교재 등도 출간하고 미-북 관계가 개선되면 직접 북한에 들어가 영어 교습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현식 교수는 평양사범대(전 김형직 사범대)에서 러시아어를 38년간 가르친 후 1992년 모스크바대 교환교수로 있던 중 망명했으며 현재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76)로 일하고 있다. 지난 해 북한 회고록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을 펴내 큰 반응을 일으켰다.

한편 한반도언어연구소는 지난 12일 이정환 회장 자택에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판권, 카피라이트, 출판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워싱턴을 비롯 시애틀, 애틀란타, 보스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번역 자원 봉사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워싱턴 한국일보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