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겐 생소하기만 한 탈북자들, 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을 거쳐 자유의 땅을 밟기까지는 1만여Km를 움직여야 한다. 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언제쯤 자유를 얻게될 지 모르는 막연한 마음은 이들의 여정을 한없이 길게 만든다. 듣기만 해서는 실감나지 않는 그 여정을 카메라 안에 담은 다큐멘터리가 29일 선을 보였다.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은 2007년 5월부터 10개월 간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태국, 라오스 등 9개국을 거쳐 탈북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국경을 넘었다. 취재진이 이동한 거리만 해도 2만Km. 중국 공안에 붙잡히길 여러 번, 러시아 북한 벌목소에서는 북한 간부들에게 붙잡힐 위기도 겪었다. 천신만고 끝에 완성된 다큐멘터리는 '천국의 국경을 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한국서 선보인 다큐멘터리는 영어판 'Crossing Heaven's Border'로 제작돼 7월 1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PBS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탄다. 본격적인 방송을 앞두고 6월 29일 오후 6시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 후에는 패널토의가 열렸다. 존 들러리(아시아소사이어티)가 사회자로, 케서린 문(웰슬리대 교수), 스티브 김(318파트너스선교회 대표)이 패널로 나서 탈북자들의 실상에 대해 전하고 관중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여섯살배기 어린이부터 연기자의 꿈을 가진 영화 씨, 뇌성마비 아들과 중국서 생이별 했다가 한국서 만난 순옥 씨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한국 땅을 밟은 경로도 다르다. 20시간을 걷고 배를 타고 국경을 넘은 사람도 있고, 신분을 위조해 중국을 나온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은 것은 저마다 가슴 저린 사연을 갖고 목숨을 걸어 자유의 땅을 찾는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북한의 식량난의 심각함과 함께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사상교육이 되어있는지도 보여준다.

시사회 관중의 절반은 미국인들이었다. 처음 접하는 탈북자들의 실상과 탈북 여정에 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캐서린 문 교수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정치, 종교적인 이유로 탈북했으나 1990년대 이후는 배고픔과 돈때문에 탈북한다."고 탈북자들의 양상을 설명했다. 스티브 김 선교사는 "근래에는 정착한 탈북자들의 가족이 북한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으며 "이제는 굶어 죽는 형편은 아니지만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북한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몇 백불 남짓에 팔리는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캐서린 문 교수는 "탈북자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라며 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