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이었다. “어머머, 어떻게,,,어쩜 좋아,,,”하며 파티오 쪽에서 아내의 작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간밤의 심한 바람에 화분이라도 떨어졌나?’ 하는 생각으로 별거 아니겠지 하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음성은 왠지 애절한 슬픔과 놀라움이 들어 있어 뭔가 심상치가 않게 느껴졌다. “왜, 스퀘러(다람쥐의 일종)가 모아둔 트레쉬 봉투라도 또 뜯어 놨어?”라고 내가 방안에서 일상적인 질문으로 대꾸하자, “아니 그게 아니구,,, ‘쌘’이 없어,,, ‘키위’만 있고 ‘쌘’이 안보여,,,” 이 말에 나와 둘째 아들은 재빨리 아내의 비명현장으로 달려갔다.

평화스러웠던 새장이 처참하게 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새 모이와 물도 바닥에 엉클어져 있었고, 새장 문도 열려 있었다. 나도 그 광경에 많이 놀랐다. ‘우째 이런 일이,,,’ 둘째 아들(6학년) 녀석은 갑자기 할말을 잃은 듯 허탈한 표정이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더욱이 ‘쌘’의 두 깃털이 몇 발치 앞 바닥에서 간들 간들 떨리는 모습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힘들었는지 고개를 떨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눈물을 보이기가 싫었던 모양이었다. 모든 일에 주인인양 참견하기 좋아하는 3살짜리 막내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멀뚱 멀뚱 창문너머의 일을 바라보고 만 있었다.

나와 아내는 동시에 “어제 누가 새장을 파티오에 놓고 들여 놓지 않았지?”하며 원인 제공자(?)를 찾는(이 상황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질문으로 참울한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요 며칠 날이 좀 따듯해진 터라 오후에 햇볕을 쬐라고 배려한 것이 이 같은 참혹한 결과가 벌어질 줄이야,,,흑흑,,, “아니 도대체 어떤 X(동물)의 짓이야? 이제 아내와 나는 이 일에 범인이 누굴까?로 관심이 모아졌다. ‘설마 우리 아파트 주위의 “스퀘러”가(설마, 그 귀여운 동물이)??? 아니면 까마귀???(새가 같은 새를 공격?)’ 서로 생각나는 대로 추측을 하다 일제히,,,

“그 고양이,,,” 우리 아파트 주위에 사는(늘 바깥에서 배회하는) 고양이가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전에도 그 녀석이 우리 새장을 넘보려 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하게 생각한 녀석인데 고양이의 야성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만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우리 집 현관문이 열려 있는 틈에 방안까지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나와 아내는 기겁을 하고 내보냈다. ‘어느 집에서 사는지? 뭐 키우는 것은 좋지만, 풀어놓지나 말지,,,’ 그때 외출했던 첫째(10학년)가 들어왔다. “엄마 아빠 무슨 일???”하며 동시에 아픔의 현장을 목격하자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적지 않게 놀랜 표정이었다. 좀 커서 일까? 속은 어떤지 몰라도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순간의 부주의로 생명을 빼앗기게 한 것에 나도 몹시 가슴이 아려왔다. 한 동물의 죽음도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인데, 만약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천하보다 소중한 동족의 생명들이 수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우리가 나중에 알게 된다면 우린 어떤 마음이 들까? ‘우리가 나중에 알게 될 일들 중에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무고한 생명을 잃었던 일은 없기를 그리고 북녘의 어린 생명들이 SAM의 최대 관심으로 보내는 ‘사랑의 영양죽(기초영양제)’을 먹고 다들 살아있기를,,,’ 나는 베란다를 보며 기원해보았다. 너무나 놀랬을 ‘키위’는 “재잘 재잘” 거리 질 않고 ‘쌘’이 갔을 곳을 응시하는 듯 했고, 한참 후에 나온 둘째는 세수는 했지만, 울어서인지 눈 주위가 붉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