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국에 계신 친정 아버님의 생신이셨다. 올해로 73세가 되셨는데 작년에는 이곳 앵커리지에 오셨다가 생신날이 되어서 함께 케익을 먹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이곳에 오신지 1주일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시기는 하셨지만….

아버지 생신뿐 아니라 양가 부모님의 생신 때가 되면 뭐 조그만 선물이라도 부쳐드려야지 마음을 먹는데 그것이 잘 안된다. 사실 여기의 어지간한 물건보다는 한국에 있는 것들이 훨씬 더 좋기 때문에 아주 비싼거나 부쳐드리면 모를까 마땅한 선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물중 1위가 캐쉬(돈)이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형편은 안되고. 어쨌든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결국 선물은 못하고 생신날 아침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드리고 목사님과 나 그리고 선인이가 둘러앉아 전화기에 대고는 큰소리로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생일 축하 합니다!”. 라고 노래를 불러 드렸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난뒤 전화를 바꾸면 어느덧 아버지의 목은 메어 있으신듯 하다. 멀리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전화기에 대고 부르는 온 식구의 노래 탓인지 마치 아버지의 눈에 고여 있을 눈물이 보이는듯 했다.

어쨌든 매년 비싼것은 커녕 이렇게 늘 전화기에 대고 불러드리는 생일축하 노래로 선물을 대신해 때우곤 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가족의 이 노래를 들으시고는 굉장히 좋아하신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면서 나는 우리의 영적인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생각했다.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 물질도 드리지 못하고 몸이 약하여 많은 헌신과 봉사를 못한다 할지라도 예배에 나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진실히 드리는 한마디의 기도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것이구나. 마치 부모님의 그 큰 은혜를 우리들이 갚을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큰 사랑과 은혜는 다 갚을수가 없는 것이구나. 때때로 이렇게 큰 하나님의 사랑 앞에 내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가슴이 아플때 그분을 향한 뜨거운 찬양 한곡이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며 그분의 눈에서 사랑의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겠구나.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여 그분께 올려드리는 한마디의 기도와 찬양이 이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가 가진 그 어떤것 보다도 우리의 진실한 마음을 기뻐하시는 그분을 조용히 묵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