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비가 부슬부슬 오는날 같이 누워있던 선인이가 창밖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더니 갑자기 부산하게 신발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자켓을 찾고 수선을 피면서 급기야 신발까지 거꾸로 신고 문앞에 가더니 나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쌀쌀했기 때문에 두살짜리 꼬멩이가 감기들기에 딱 좋은 날씨여서 내보낼 수가 없었다. 이런 엄마 마음은 모르고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줘도 막무가내로 바깥을 쳐다보면서 나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니까 옆집에 사는 큰 아이들이 옷을 입은 채로 비를 맞으면서 나와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이었다. 옆집에 아이들은 열살도 훨씬 넘은 아이들이라 그정도 비를 맞으면서 놀아도 별 상관이 없겠으나 이제 두살짜리인 자기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힘이 드는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은 아이스크림을 주고 집안에서 노는 걸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나는 아예 나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거꾸로 신은 신발도 벗기고 엉망으로 입은 자켓도 벗길려고 했으나 끝내 선인이가 거절하여 옷과 신발을 거꾸로 신은채 집안에서 노는 것이었다. 아마도 선인이는 이렇게 옷과 신발을 신고 있어야만 언젠가 나갈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이런 선인이를 보며 때때로 나의 삶속에서도 이런 모습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데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하나님께 떼도 써보고 그러다가도 안되면 급기야는 내가 신발도 거꾸로 신고 옷도 입고 내 힘으로 무엇을 해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 그러다보니 거꾸로 신은 신발이 발을 불편하게 하고 엉망으로 입은 내옷은 나를 우습게 만들고 마는 것이다. 결국 때가 되어 하나님의 인도하심속에 밖을 나가게 된다하여도 내 자신이 거꾸로 신은 신발도 하나님께서 바로 신겨주셔야 하고 또 내 자신이 우습게 걸친 옷도 하나님께서 결국은 바로 입혀 주셔야만 한다는 것을 잊고 살때가 있다.

욕심이라는 거꾸로 된 신발, 자존심이라는 우스운 옷들을 아직도 걸친채 나는 준비가 다 되었다며 하나님께 큰 소리를 치며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조용히 웃으시며 나를 달래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못 듣고 있는것은 아닌지… 하루종일 비 오는날 거꾸로 신은 선인이의 신발을 보며 나를 되돌아보고 바르게 신고 바르게 입고 하나님의 음성을 조용히 기다릴수 있는 사모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