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이하 한기총)는 27일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존엄사 법안’에 대해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신성한 것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하며, 하나님에 의해 주어진 생명의 가치는 실용적인 효용성이나 삶의 질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기총은 특히 “(발의된) 법안은 말기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 외에 심리적·정신적 부담감에 죄책감까지 가져다주는 비윤리적 발상으로, 이미 약자가 돼 버린 말기 환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법”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존엄사 법안을 반대하며, ‘무의미한 치료 중단에 대한 법률’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비용을 환자나 환자 가족이 부담하는 현실에서 경제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존엄사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월 5일 보건복지가족위 신상진 의원(한나라당)이 회복 가능성이 없고 연명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단기간 내 사망에 이르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존엄사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에서는 존엄사를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 상태로 진단하고 의학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 판정 등을 기록한 서류를 제출한 뒤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와 기관의료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존엄사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존엄사를 원하지 않는 환자는 언제든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신 의원은 “말기 환자가 스스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존엄사의 개념과 요건, 처벌규정 등을 법제화하려는 것”이라며 “약물주입 등으로 생명을 끊는 안락사와는 구분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이에 대해 “‘존엄사 법안’이라는 표현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그 안에 적극적·소극적 안락사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무의미한 치료중단에 관한 법률’ 같이 분명한 개념을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또 법안은 의사의 치료 한계 명시와 치료 중지에 대한 규정을 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기총은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며 치료를 포기하는 행위는 신중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의미한 치료중단의 경우 환자 본인의 자발적인 동의가 명시적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기관윤리위원회 절차를 거쳐야 하고, 추정이나 대리는 허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윤리위원회는 말기 환자의 치료중지에 관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사안별로 모든 것을 심의해 결정하고, 그 구성에 담당의사와 다른 병원 의사, 종교인 등이 포함돼야 하며, 판정 절차나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또 “무의미한 치료 중단은 질병이 명백하게 치료 불가능한 말기 질환이어야 한다”며 ‘말기 환자’, ‘말기 상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의학적인 정의를 먼저 마련하고 이를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밖에 법안 제정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병원에서는 입원시 환자의 치료중지에 대한 의견을 의무적으로 받고 환자 본인의 의사표시가 분명한 경우 기관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하지만, 의사 표시의 추정이나 대리는 해당되지 않거나 국가 의료윤리심의위원회 같은 상급기관의 판단을 받도록 할 것 △사망 시점 차이나 사망 방법 등으로 초래되는 상속·보험·연금·법률적 문제들을 철저히 점검할 것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