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력은 정보 은행과 같다. 지성과 감성을 동원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해 놓는다. 혀끝에 맴돌며 생각이 안 나는 경우에 당장 의식으로 불러내지 못할 뿐 그 정보는 기억력에 저장되어 있다. 혼에는 잠재의식의 영역이 있다. 잠재의식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학자들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의 85~90%가 잠재의식에서 일어난다고 추정한다. 기억력은 이 잠 재의식 속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에 잠재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 잠재의식은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지쳐서 쉬지도 않는다. 잠을 잘 때 우리 의식은 닫히지만 잠재의식은 아무 통제도 받지 않고 ‘와 신난다. 꿈이다’ 외치며 돌아다닌다. 이런 이유로 하나님은 우리 꿈에 나타나 말씀하실 때가 있다. 의식의 방해를 받지 않는 열린 상태이기 때문에 비몽사몽 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나 영적 현상을 경험하기가 더 쉽다.

잠재의식이 신념을 형성하는 중심이 된다. 잠재의식에 저장된 정보와 감정 등이 어우러져 현재의 생각을 만든다. 잠재의식에 저장된 정보가 성격, 습관, 행동과 반응을 통제하는 방법 등을 결정한다. 잠재의식은 정보를 모아 마음 속에 이미지를 만들어 신념 체계를 세운다. 우리는 이것을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일정한 사고방식(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어 사업운영, 인종문제, 영성, 결혼, 사랑, 하나님에 대해 ‘이것은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재의식에 저장된 정보는 얼마나 자주 듣고 반복해서 행동하느냐에 따라 신념(지배적인 기억)이 되거나 아니면 단순한 정보로 남는다. 이 때 어떤 감정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랑과 애정 어린 포옹을 계속 경험한 어린이는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반면에 형편없는 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대 받고 거절당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은 어린이는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성격이나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것은 이 잠재의식 때문이다. 어떤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굳게 마음 먹고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동안에는 잠시 달라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옛 습관으로 돌아간다. 두뇌활동의 상당수가 잠재의식에서 일어나고 잠재의식이 가치와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재의식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사람이 변하기 어렵다.

충격적인 사건들은 한 한번의 경험으로도 혼에 각인되어 지배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강간, 낙태, 실연, 이혼, 부모의 사별 같은 경험이나 버려진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되풀이 해서 경험하지 않아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면 부정적인 신념체계가 만들어진다. 성경에서는 이것을 ‘견고한 진’이라고 부른다(고후10:4).

‘견고한 진’의 헬라어 오쿠로마 (οχυρωμα) 는 ‘산성, 요새, 피난처’ 또는 ‘고수하다, 집착하다’는 뜻이 있다. 이것은 의식과 잠재의식을 포함하는 신념체계가 감옥처럼 우리를 포로로 붙잡아 벗어날 수 없도록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의식은 거짓된 것을 사실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실재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요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진실은 그게 아니지만 사실로 생각하면 마음 속에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나고 그것이 신념체계에 영향을 준다. 우리 의식 속에는 실재가 되어버린 거짓 주장들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견고한 진’은 내적 전투가 벌어지는 약점들이다. 이것은 예수 믿고 거듭난 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잔존하는 쓰레기 같은 옛 습관들이다 ‘견고한 진’은 종종 정욕, 자존심, 쓴 뿌리,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불만, 질투, 탐심, 미움, 그리고 이와 비슷한 감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단은 이 약점들을 요새로 삼아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을 공격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능력 곧 십자가의 복음만이 그 진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