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 이민은 “본향의 상실”(losing homeland)이라는 의미에서 버림받은 인간의 군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땅으로부터 방랑하는 이민이 되는 것조차도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에 의하면, “세계의 역사는 적극적인 이민자들에 의하여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철기 문명을 전파한 고대 중동지방의 힛타이트 족의 이동, 유럽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4세기경 게르만 민족의 이동, 17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세계사적 영향력을 가지는 근대국가를 만들게 된 미국이민은 이민의 공헌이 얼마나 세계를 풍성하게 하였는가를 보여준다.

성경은 이민이 사회, 경제적 차원의 공헌을 넘어서 하나님의 섭리적인 의미와 및 영적인 의미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요셉을 통한 야곱의 아들들의 이집트 이민과 바벨로 포로로 말미암은 이동은 개인적인, 민족적인 이민에 하나님의 섭리가 깃들어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요셉의 이민에는 이러한 풍성한 축복이 숨겨져 있다.

첫째로, 이민은 개인의 성숙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적 도구이다. 요셉의 경우, 그가 어린 시절 꿈을 통하여 받은 ‘형제들 중의 탁월한 자가 된다’는 계시(창 37:5-11)는 이민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꿈을 이루시기 위하여 하나님은 요셉을 “노예 고등학교”와 “감옥 대학”에서 교육시키고 국사를 집행하는 수상이 되게 하신다.

둘째로, 이민은 한 민족을 영적으로 정화시켜 세움으로 민족에게 축복을 매개하는 경륜적 의미가 있다. 야곱의 12아들의 이집트 이민은 400년이 지난 후 약 200만의 강력한 민족을 형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는 영적인 측면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언약 백성으로 훈련시켜 가나안에 정착시킴으로 이민은 신앙적 민족의 형성을 위한 섭리적 역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셋째로 이민은 이민 현지를 위한 각별한 복을 주려는 하나님의 섭리적 도구이다. 요셉의 이민은 단지 요셉 가문의 생존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요셉의 충만한 영성과 지혜는 이집트의 풍년과 기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함으로 이집트로 하여금 당시의 중근동을 재정적으로 관할 할 수 있는 풍성한 능력을 가지게 한다. 이로 보건대 이민은 개인의 성숙, 이민자 공동체에 대한 축복, 그리고 이민을 받은 현지를 위한 유익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공헌을 한다. 이제 한 세기가 지난 한인 이민교회도 요셉이나 다니엘과 같은 이중문화에 익숙한 1.5세의 공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