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덕수궁 돌담길 정동교회 앞에서는 故 이영훈 집사(작곡가, 2008년 작고)를 추모하는 노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번 제막식은 故 이영훈노래비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상원)가 주체가 돼 진행된 행사로 이 집사의 아내 김은옥 집사와 아들 이정환 군이 자리했다. 그리고 사랑의교회 호스피스팀도 함께 자리하여 그들을 위로했다.

김은옥 집사의 눈에는 잔잔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꺼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 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고 이영훈 곡 ‘옛사랑’ 중에서-

▲덕수궁 돌담길에 세워진 故 이영훈 집사의 노래비(좌)와 그의 유품들(우)


대중가요 작곡가 노래비가 처음으로 세워질 만큼 1년 전 세상을 떠난 이영훈 집사가 남긴 유작들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한다. 이제, 그 옛사랑은 기억 속에 남아 추억이 되었다. “하나님께 백원을 꾸고 하나도 갚지 않고 가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당신에게 남겨진 삶은 하나님께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2008년 2월 14일. 2년간의 투병 끝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그는 아내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대표곡 ‘광화문 연가’ ‘옛 사랑’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등 다수의 유작을 남겼지만 아내 김은옥 집사에게는 그가 떠난 세상이 힘들고 아팠다.

“하루가 10년처럼 지나간 날들이었어요.”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남편이 남긴 유언처럼 김은옥 집사는 하나님께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하나님 앞에 헌신된 삶을 향하여 달음질하고 있다. 고난이 곧 축복이었다고 고백하는 김은옥 집사를 지난 14일 그의 집에서 만났다.

눈물
▲故 이영훈 집사의 노래비 제막식에서 아내 김은옥 집사와 아들 이정환 군이 함께하고 있다.

노래비 제막식이 열리는 내내 눈물을 훔친 김은옥 집사에게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사람은 없는데… 노래비나 그런 것만 남겨진다는 것이 인간적인 마음으로 힘들고 슬펐다. 좋은 자리에 나만 있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아마 천국에서 행복할 것 같다.”

눈물 속에 웃음을 지어보이는 김은옥 집사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슬픔 중에 기쁨을 만났다고 말한다. “남편을 보내면서 황송할 정도로 큰 사랑의 손길을 받았다. 어쩌다 한번 잠시 왔다가 기도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 가족들은 늘 함께했고, 끝까지 우리들 곁을 지켜주었다”며 그들의 사랑으로 고난이 곧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막막하고 힘들 때 병들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정말 절박하다. 죽음 앞에서 신앙이 흔들리기 일쑤다. “처음에 남편은 목사님께 ‘저 죽으면 천국 갈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목사님은 그럴 때마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천국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고, 또 꿈을 주셨다. 호스피스 사람들이 오면 좋은 말씀과 확신을 주었다”며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을 되뇌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은 ‘나 이제 죽어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 고통 속에서도 늘 웃음을 지었고, 아침에 눈뜨면 예배로 시작했다”며 늘 평안했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렸다. 친구들은 물론 후배들과 선배들이 찾아오면 그때마다 ‘죽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아.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다만 아내와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는 이영훈 집사는 꼭 머리맡에 쌓아 둔 성경책을 선물했다.

“남편은 내가 너희들한테 위로 받을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게 성경이라며 선물했다. 조금은 그들이 도전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떠나기 전 웃으며 떠날 수 있게 만든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런 감사함은 남편의 삶과 음악을 담은 책 「Art Book 광화문 연가」를 펼쳐내며, 사랑의교회 호스피스 사역을 위해 후원할 것을 약속하는 마음으로도 이어졌다.

소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의 시간을 완전히 깨어 부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의 마음이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순장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히10:36).

말씀을 보는 순간 그 약속의 말씀을 붙들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인내하고 하나님이 내게 원하는 뜻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주일 지키고, 다락방에서 공부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그게 전부였다면 이 말씀은 내게 먼저 사명감을 갖고 뭔가 해야겠다, 하나님 제자로, 자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했다”며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훈련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2월부터 시작된 제자훈련을 통해 어린아이와 같은 걸음으로 다시 하나님을 찾아가고 있었다.

“제자훈련을 통해 잘 훈련받고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바로 선다면, 갑자기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그 분들을 위해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나 또한 위로자가 되고 싶다”며 제자훈련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한다.

물론 남편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제자훈련이기에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있다. 2주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렵지는 않다고. 그러나 그를 힘들게 만든 것은 제자반 식구들에게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말을 내뱉어야 했을 때이다. ‘제가요… 남편이 먼저 떠났거든요…’ 그 말을 하는 것이 그에겐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남편의 소식을 접했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무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을 말하면서 아, 내 남편이 죽었구나…라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며 “이제 모든 걸 털어놓고 나니까 그들과 교제하고 나누는 시간이 편하다”고 고백한다.

이제 그는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는 공평하신 하나님을 깨닫고 난 뒤 주님께서 주신 힘들고 고난의 길 속에서도 오히려 축복임을 알기에 오늘도 그저 웃음 짓는다. “영생,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님께서 나를 향한 뜻을 깨닫고 거부할 수 없다. 고난 속에서도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게 되었다”며 참 기쁨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함께했던 사랑의교회 호스피스

사랑의교회 호스피스(담당 박남규 목사)는 말기 환자들과 고통을 함께함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여러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보살피며 섬기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있는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마지막 사랑을 전하며,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재앙이 아니라 평안이요, 소망을 누리도록 그들의 남은 삶을 지지해 주고 있다. 또 그들이 남긴 가족이 느낄 상실감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섬기고 있다. 특별히 사별 가정을 위해 ‘사랑의울타리’ ‘사랑의치유캠프’ ‘GF(좋은 아빠, 좋은 친구들)’ ‘주바라기’ ‘샬롬회 1,2팀’ 등을 통해 사별한 가정에 위로와 가정의 회복을 위해 섬기고 있다.

기사제공=사랑의교회신문 사랑 NEWS 「우리」 이해경 기자 haeya@sara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