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라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선교사가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 아니면 다운타운에서 치킨수프를 나눠주는 모습? 선교란 영혼 구원인가? 사회 구제인가? 기독교에서 선교는 전자와 같은 미시오 크리스티(Missio Christi)와 후자의 모습을 띤 미시오 데이(Missio Dei)로 나눠진다. 미시오 크리스티가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는 선교 형태라면 미시오 데이는 교리와 관계없이 하나님 사랑을 나누는 행위다.

한신대 채수일 교수는 30일 선택 특강을 통해 ‘미시오 데이, 그 이후의 선교’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1952년 독일 빌링겐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의 세계선교와 복음화대회(CWME)에서 이 개념이 등장한 이후 백인 유럽 중심주의적 선교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대회 이전에는 선교의 주체가 유럽 선교사들이었고, 교회가 주체였던 시기였다. 그러나 대회 이후 복음의 사회 구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된 것이다.

선교는 교리와 상관없이 하나님 사랑의 참뜻을 나누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미시오 데이는 ‘세상을 위한 교회’, ‘타자를 위한 교회’가 선교의 기본 형식이 되게 했다. 1950년대 등장한 이 개념은 교회 중심주의적 선교관을 선교의 1차적 과제로 생각하던 교회의 성향을 재고하게 했다. 또한 인간사를 ‘하나님의 구원활동의 장’으로 재평가하는 결과도 낳았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붕괴되는 등 세계 역사가 급격히 변한 지금, 선교 패러다임은 다시 한번 변화돼야 할 때가 왔다. 채 교수는 “이제 교회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규모에 의해 대형교회와 소형대회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종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요가, 단 등 대안종교로 관심이 쏠리는 등 제도권 영성이 힘을 잃고 있다”며 새로운 선교신학담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생명’이라는 주제를 예로 들어 설명을 계속했다. 생명의 문제를 논할 때 유럽은 낙태를, 미국은 유전자 복제 문제를, 아프리카는 빈곤의 문제를 다루고 한국은 보다 더 철학적인 담론, ‘생명이 무엇인가’라는 개념부터 다룬다는 것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낼 수 있는 신학 언어와 담론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그는 “선교를 ‘영혼구원’이라고 말하는 복음주의적 입장과 ‘사회구제’를 말하는 자유주의적 입장이 1970년대 이후 서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