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1년 전! 1997년 목사 안수를 앞두고, 당시 목회하던 신외마을에 사시던 한 분에게 성경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위해, 5년 동안 심방도 하고 권면도 하며 애써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의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함께 울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부족하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5년 후 제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오기 전까지도 그분은 교회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습니다. 간간이 그분이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곤 했었는데, 지난 목요일 그분의 딸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엄마와 함께 수요예배에 다녀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이 교회를 나오시게 되었다니 말입니다. 몇 주 전부터 남동생이 "엄마~ 교회가자"라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얼마 전 엄마가 "새벽기도는 몇 시에 가는 거니? 교회 가서 어떻게 해야 하니?"라고 물어보시더랍니다.

그러던 중 지난주 수요 예배에 가기 전, 지나가는 말로 "엄마, 교회 가자!"라고 했는데, 엄마가 세수를 하시며 옷을 갈아입고 "가자"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하루 전날, 예전에 제가 드린 성경책과 가방을 찾아서 사랑방으로 옮겨다 놓았다고 하더군요. 가방에는 하얀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습니다. 가방을 열어보니 11년 전 그대로 성경책이 있더랍니다. 성경책을 열어보니, '1997년 1월 30일, 윤용분님께, 이진국 전도사 김희연 사모 드림'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성경책이 11년 만에 세상 빛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그 딸이 보내온 이메일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정확히 11년 만에 엄마가 그 성경책을 열어 보신 거예요. 교회에서 나란히 앉아 찬양을 부르는데,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나는 걸 참고, 엄마랑 같이 찬양을 불렀답니다. 엄마도 찬양을 아시는지 따라 부르시고, 성경말씀도 합독하는데, 같이 따라서 읽으셨어요. 교회로 가는 길에 엄마 말씀이 "내가 절대로 안 지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졌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더군요... 교회에 거의 도착했을 때 교회 건물을 바라보시면서 "내가 이렇게 (교회에) 온 걸 저기서(하늘에서) 알아 줄려나?"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그럼~ 하나님이 우리 용분이 왔구나~!"라고 손짓하고 계실거랬더니, 그냥 웃으시더라고요.

사실 요즘 들어 교회에 나가려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신 것 같았어요. 올해 심방을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결심하신 것 같아요... 엄마는 "내가 니들한테 졌다"라고 하시지만, 그 마음을 움직이기까지 많은 분들의 기도와 성령님께서 역사하심이 있었음을 믿어요.

오늘(목요일)은 아르바이트를 갔다 오니, 거실에 있던 상 위에 성경책과 돋보기안경이 세 개나 올려져 있더라고요. 어제 교회 다녀와서 성경책을 읽으려니, 눈이 침침하다고 하시면서, 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읽어야 하냐고 하시기에, 신약부터 읽으시라고 알려 드렸어요... 김옥님 권사님이 요즘 성경을 통독하시는데, 집에 상 위에 성경책을 항상 펴놓고 성경을 읽다가, 나갈 일 있으면 나갔다가 돌아와서 또 읽는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 엄마도 그렇게 하시나 봐요. 너무 귀여우시죠~^^ 저희 엄마....

참! 그 말씀도 하셨어요.. .어제 교회 갔다 오시더니 "미국 목사님하고 연락하냐"고. 아마도 목사님 사모님께 알려 드리고 싶으셨나봐요.

윤용분씨! 누구의 어머님이신지 짐작하겠습니까? 재작년 이곳에 잠시 다녀간 조부영 자매의 어머니랍니다. 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부영 자매는 저희가 1994년 신외마을로 첫 목회를 나갔을 때, 고3이었던 청년이랍니다. 부영이의 어머니를 위해 많이 기도했었는데... 성경책을 사드리면서 교회에 나오시기를 기도했었는데... 11년 만에 드디어 그 성경책을 펼치신 것입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때 윤용분씨를 위해 기도했던 것과 그때 그분에게 베푼 우리의 작은 사랑을 하나님께서 잊지 아니하시고, 이렇게 좋은 소식으로 응답해 주시니, 신실하신 아버지의 사랑이 뼛속 깊숙한 곳까지 느껴졌습니다. 힘든 이 순간, 하나님이 주시는 최고의 위로가 아닐 수 없었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 앞에서 '작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행하며 살아갑니다. 언제 결실이 맺힐지, 어떻게 열매를 맺게 될지 모르지만, 그저 예수 그리스도의 나를 향한 사랑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그분을 닮으려고 애씁니다. 우리 성도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지치거나 낙심하지 맙시다. 11년 만에 응답을 주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찌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9).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분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 내가 해야만 하는 섬김들... 날마다 내게 허락하시는 희생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