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2월 16일. 예수 그리스도의 핏빛 삶을 흠모했던 청년 윤동주는 평생을 기다린 조국 해방을 불과 6개월 앞두고 만 스물일곱의 나이에 일본의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애를 마감했다. 뼈를 녹여내는 듯 한 삶의 노래가 소낙비 그친 뒤같이 그친 것이다('삶과 죽음' 中).

그가 숨을 거두고도 3년이 지나도록 세상은 '윤동주'라는 시인을 알지 못했다. 조용한 성격의 윤동주는 당시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동경 유학생이었음에도 결코 자신을 드러내거나 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의 시에서 강조되는 '참회'와 '겸손'의 태도는 그의 삶 자체였던 것이다.

짧은 생애를 통해 써내려간 그의 시들은 자신의 고백처럼 쉽게 쓰여진 것이든 그렇지 않든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아픔을 잘 나타낸다. 윤동주는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치부를 포장이나 가감 없이 정직하게 드러냈기에 반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대에 앓고 있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픈 시대를 꾸역 꾸역 살아가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그를 '유약한 지식인', '여성스러운 취향의 시인'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아는 이들은 자신의 약함을 가감 없이 고백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강함임을 알고 있다.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그의 바람처럼 어두워가는 역사의 뒤안길에 십자가와 함께 스러져간,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63주기 추모 공연이 2월 17일과 18일 양일간 뉴욕과 뉴저지에서 실시된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음악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SNOWING MAP' 밴드는 16일(토) 저녁 8시, 팰리세이드 팍의 Lindbergh Elementary School에서, 17일(주일) 오후 5시 플러싱 열린공간에서의 콘갤러리(CONgallery) 주최행사의 게스트로 출연해 공연을 펼친다.

'SNOWING MAP'의 한은준 리더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기독교적 단어가 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그의 삶에서 기독교적인 것이 묻어난다. 시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기독교 정신이 예술로 승화된 것에 매료돼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게 됐다. 기독교 음악을 하고 있기에 크리스천 시인인 윤동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른다"며 "밴드는 지난 2005년에 결성됐으며, 작년부터 추모 공연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공연 때 'SNOWING MAP'의 1집을 발표하려고 준비했으나, 아직 준비가 덜 돼 이후에나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1집에는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시 14작품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었다. 2집도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

무료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아름다운 윤동주 주최로 어깨동무사역원,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뉴욕지부, 예수마을교회, CONgallery, Kamagi Studio, M.I.M.L Entertainment가 후원한다.

*공연 일시*
뉴저지:2월 16일 저녁 8시- Lindbergh Elementary School(401 Glen Ave, Palisades Park, NJ 07650)
with special guest THE BRIDGE
뉴욕:2월 17일 오후 5시-플러싱 연린공간(150-24 Northern Blvd, Flushing, NY 11354)
문의/201-835-8692, snowingma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