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복음 들고 한 손에 사랑을 들고’ 캠퍼스 선교에 앞장섰던 한국대학생선교회(Campus Crusade for Christ)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을 맞아 CCC는 그동안의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설계하느라 분주하다.

CCC 대표 박성민 목사는 “성경에서 50년째는 희년이며, 희년의 핵심은 회복(Re-Storing)과 새로운 시작(Re-Starting)”이라며 올해를 새로운 시작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50주년을 맞은 CCC의 다음 50년의 방향을 구상하고 있는 박 목사를 만났다.

희년은 ‘리셋(Reset)’의 해

박성민 목사는 희년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Re-Set(리셋)’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급변’이 아니라, 성경에서 희년이 되면 빚이나 주종 관계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처럼 나쁜 요소들만을 바로잡아주는 의미의 리셋”이라고 했다.

리셋을 위해 박 목사는 ‘3S’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3S란 Sovereignty(주권), Soul-Searching(자기 성찰), Serving(섬김)이다. 무엇보다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당당히 선포하고, 그 터 위에서 자기 성찰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이야기했다. “내비게이션은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으로 두번째 S인 Soul-Searching,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50년간 사실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그래서 지난 99년부터 그 동안의 역사를 디지털화해 정리하고 있다. 역사를 정리하는 차원도 있지만, 한국교회에 우리의 선교 노하우를 전수하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CC 창립자인 김준곤 목사의 오래 전 설교까지 들을 수 있도록 ‘CCC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임간사 2명과 학생 몇몇이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러브 제주’, 제주선교 새 패러다임 제시할 것

내비게이션 작동 결과는 올 여름수련회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제주선교 1백주년을 맞아 열리는 ‘러브 제주’에서 마지막 S인 섬김(Serving)을 드러내려는 것. 러브 제주에서는 그동안 수련회 이후 대규모 거지순례와 단기선교를 진행했던 방식을 탈피해 지역민들을 섬기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제주지역은 우리나라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이고, 유일하게 개신교보다 가톨릭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제주지역 성도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며, 토박이들은 거의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박성민 목사는 “제주지역 교계는 특히 지역 단기선교에 비판적이다. 한 예로 방학마다 1천명 이상 몰려오는 한 교회의 ‘적극적’ 선교방식에 대해 제주지역 한 목사는 ‘돌을 던지고 싶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단순히 최근 한국교회 ‘공격적’ 선교에 대한 비판 때문이 아니라 제주지역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브 제주에서는 수련회 전후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참가자 1만명이 개장을 앞둔 제주지역 해수욕장 청소에 나서고, 지역 아동들과 함께하는 영어캠프, 서울대, 연·고대 학생들의 공부방법 전수, 어르신들 영정사진 찍어드리기, 무료 이빨치료와 백내장수술 등 지역민들을 섬기는데 주력한다. 특히 수련회에 참가하는 태국 학생들에게는 발마사지 봉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제주지역 380여교회에 전도훈련을 실시해 그들이 전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CM2007은 50년 한국CCC 세계화의 밑거름

CCC는 5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7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전세계 2만여명이 참가한 ‘Campus Mission 2007’을 치렀다. CM 2007은 50주년 이후 한국CCC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커다란 발판이 됨과 동시에 CCC가 추진중인 미전도캠퍼스 개척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성민 목사는 “CM 2007의 감동과 은혜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청년들의 열정에 전세계 청년들이 자극과 도전을 받아 일어서고 있다고 했다.

한 예로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7백여명의 학생들이 CM2007의 M을 Movement로 바꾼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 오는 2010년까지 모든 행정구역에 교회를 세우자는 NP2010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캄보디아 학생들은 새벽기도를 시작했고, 캄보디아 내 42개 모든 대학에 CCC를 세울 비전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美 보스턴과 뉴햄프셔 등 세계 곳곳에서 그동안의 느슨한(loose) 신앙생활을 청산하고 기도모임을 갖는 등 새로운 움직임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박 목사는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참가한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2주 앞두고 CM 2007에 참가했다. 그들에게는 참가 자체가 큰 결정이었다. 그들은 CM 2007 기간 중 시험이 연기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랬더니 오사카에 홍역이 유행해 오사카 내 모든 대학 기말고사가 연기됐다. 그들은 기도의 응답을 체험하고, 완전히 달라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외에 영국에서는 복음주의와 진보계열이 하나된 마지막 국제적 모임이 지난 1910년 에딘버러에서 열린 것을 기념해 영국과 유럽지역 CCC가 연합해 1백주년이 되는 2010년에 CM2007같은 모임을 개최할 것이 논의되고 있다.

CM2007이 한국CCC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박 목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행사 기간 알게 된 세계의 대학생들과 메신저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단기선교를 떠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각 캠퍼스마다 CCC 회원 수가 늘어나고, 참가한 학생들에게 자신감이 부쩍 늘어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가올 50년, 리셋은 계속된다

박성민 목사는 “불편함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난세가 인물을 많이 만든다. 그래서 난세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 계속되는 연구 개발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말이다. 박 목사는 또 “가장 변화를 많이 얘기하면서도 가장 변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교회”라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들을 세워 나가겠다고 했다. 세계적인 구제사역단체(GAiN)와 연합해 구제사역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 목사는 또 “CCC는 어디까지나 ‘군대(Crusade)’이므로 피라미드형 조직 자체는 바꿀 수 없다”며, 하지만 직능 중심의 수평적 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일방적 리더십이 아닌, 시대정신에 맞는 ‘팀 리더십’ 계발에도 힘쓰고 있다. 팀 리더십에는 팀 내부를 이끄는 리더십과 팀과 팀 사이를 조율하는 리더십을 포함한다. 또 그간 캠퍼스선교에 비해 경시됐던 나사렛(CCC출신 졸업생들 모임) 등의 커뮤니티 재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CM2007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교회와의 연합사업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CCC는 CM2007을 치뤄내면서 여러 교회·교단들과 협력했고, 특히 행사가 열린 부산지역 교계는 CM2007을 앞장서 도왔고, CCC도 부산지역에서 지난해 ‘JACB2007’이라는 프로젝트로 열린 집회들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12월 태안지역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조직된 ‘한국교회 희망연대(한희연)’와도 함께하고 있다.

박 목사는 CCC의 다가올 50년을 이끌 학생들을 향해 “백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을 강조하며 크리스천 대학생들에게 있어 그 기초는 기도와 말씀이라고 했다. 그는 “내비게이션은 전자지도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전자지도를 늘 업그레이드 해야 하듯 지속적으로 성경공부를 해야 하며, GPS가 작동할 수 없는 ‘죄’라는 터널에 들어가지 않도록 기도를 통해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런 것이 완벽히 구비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 실력”이라며 학생들이 훈련과 독서를 통해 이러한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