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초반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에서 유력 주자들이 서로 1위를 나눠가지면서 뚜렷한 당내 선두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 치러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가 앞으로의 공화당 경선 판도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미 대선 레이스의 스타트를 장식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8일 처음으로 실시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15일 미시건 프라이머리에서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각각 1위를 나눠 가지면서 공화당 경선은 각 지역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두가 뒤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대선 전문가들은 오는 19일 열릴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계기로 유력 주자들 가운데 확실한 선두 주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 인구 다수가 공화당 핵심 기반인 보수적 복음주의 기독교인인 데다, 이곳에서의 승리는 복음주의 세력이 강한 남부와 중서부 지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80년 이 지역에서 이긴 로널드 레이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화당 최종 승자를 결정하는 지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이곳에서 이기지 못하면 백악관 입성도 불가능하다”고 자랑한다.

따라서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 있어 ‘반드시 이겨야 할(must-win)’ 지역으로 인식되어 온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주자들 간의 경쟁 또한 열띠게 진행되고 있다. 허커비 전 주지사, 맥케인 상원의원은 일찌감치 지역적 연고로 롬니 전 주지사의 당선이 유력시됐던 미시건 프라이머리를 포기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옮겨와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으며, 프레드 톰슨 의원도 가세해 표심 얻기에 골몰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인이 꺼리는 모르몬교도란 아킬레스건을 지닌 롬니 전 주지사만큼은 복음주의 세력이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승리를 포기하고 같은 날 열리는 네바다 코커스에 열중하고 있다.

한편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설문조사를 담당한 클렘슨 대학교 정치과학자인 데이빗 우더드(Woodard) 교수는 이번 프라이머리의 승자는 허커비 전 주지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허커비 전 주지사가 지난 9일 스파턴버그 유세 연설 중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자는 자신이라고 선언한 데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예측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더드 교수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허커비 전 주지사, 맥케인 상원의원, 롬니 전 주지사가 지지율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우더드 교수는 또한 허커비 전 주지사가 이곳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아이오와 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지가 지난 20년간 매년 진행해 온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전체 인구 중 60~70%가 공화당원 유권자이며 이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간다. 또 매주 교회에 간다고 말한 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남침례교인이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남침례교목사 출신이다. 우더드 교수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회들이 바로 이 지역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프라이머리를 이틀여 앞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 전 주지사 등 지역 정치인들의 허커비 전 주지사에 대한 지지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빗 비슬리(Beasley) 전 주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허커비를 위한 맞춤복(tailor-made) 같다”며 허커비의 승리를 예측했다. 비슬리 전 주지사 외에도 봅 잉글리스(Inglis) 공화당 의원(록힐)이 “허커비는 현실적이고 투명한 사람”이라며 공개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유권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는 허커비 전 주지사는 "테러 지원국 출신 이민자의 입국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선거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이민 정책에 대해 다른 후보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불법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을 지지하고 있는 메케인 상원의원과 차별성을 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허커비는 록힐에 모인 지지자 3백여명을 대상으로 연설하던 중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로부터 온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11 테러를 일으킨 비행기 납치범 19명이 모두 합법 이민자였음을 지적하며 "정부가 이들을 환영하며 초청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