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서진 하이힐, 그러나 완성된 승리
- Jacob's High Heel
Jacob's High Heel(야곱의 하이힐)은 창세기 32장에 등장하는 야곱의 씨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도자 조형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Jacob's High Heel)에는 여성의 신발인 하이힐(High Heel)과 높은 언덕을 오르는 여정을 연결한 언어유희가 담겨 있다. 하이힐을 따라 이어지는 계단은 야곱이 하나님을 만나기까지 겪었던 고난과 믿음의 여정을 상징하며, 가장 높은 곳의 빛은 하나님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제작과 소성 과정이 까다로웠던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나 역시 특별히 아끼던 작품이었다.
2026년 아이오와 스테이트 쇼(Iowa State Show) 심사를 앞둔 아침,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작품을 설치하던 중 조명 전선을 잘못 잡아당겨 작품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심사에 관여하는 몇몇 분들이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본 상태였지만, 정작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작품은 깨져 버렸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노력과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작품은 깨졌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실지 궁금합니다."
사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런데 그날 마지막 시상식에서 뜻밖의 이름이 불렸다.
"3D Award of Excellence. Jacob's High Heel by Christine Song."
산산조각이 난 바로 그 작품이었다.
그 순간 야곱이 떠올랐다.
하나님과 씨름한 후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던 야곱.
나는 야곱의 승리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작품이 부서진 그날, 비로소 그 승리의 의미를 내 삶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받은 상은 단순한 수상의 기쁨이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아니라, 나의 힘이 무너진 자리에서도 하나님께서 일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결과를 얻었을 때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야곱의 승리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한 승리가 아니었다. 상처를 입고도 하나님을 붙들었던 믿음의 승리였다.
나 역시 그날 한 가지를 배웠다.
진정한 승리는 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에도 누구를 붙들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Jacob's High Heel은 그날 부서졌다.
그러나 내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야곱의 이야기는, 그날 비로소 나의 삶 속에서 완성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