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Photo :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저는 생산업자가 아니라 유통업자입니다. 저는 일찍 제 한계를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생산하는 능력이 제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을 유통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유통업이란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생산한 지식이나 상품,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 주는 일입니다. 만드는 사람이 ‘생산자’라면 전달해 주는 사람은 ‘유통자’입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유통업이란 좋은 것을 혼자 소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모두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사람들입니다.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받아야 합니다. 받지 않은 것은 나눌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받은 것을 나눌 수 있고, 받은 만큼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 그 말씀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때, 그 은혜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복을 받을 때, 그 복을 나눌 수 있습니다. 배움도 받음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서, 어떤 책에서 무엇을 배웠다는 것은 소중한 지식을 전수 받은 것입니다. 그것을 전수하는 것이 유통입니다.

저의 정체성 중의 하나는 유통업자입니다. 저는 목회자입니다. 그리고 저술가입니다. 사실 저의 원초적인 부르심은 목회자입니다. 저술가로서의 부르심은 목회를 하던 중에 깨달은 부차적인 소명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말씀을 유통합니다. 복음을 유통합니다. 독서와 학습을 통해 전수받은 지식을 유통합니다. 정보와 지혜를 흘려보냅니다. 좋은 명언과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묵상 중에 깨달은 것도 유통합니다.

제가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통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한 주간에 여러 권의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을 때 가능하면 독서 노트를 만듭니다. 유통하고 싶은 좋은 내용, 좋은 문장, 좋은 명언을 기록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에 입력합니다. 제 독서 노트는 단순한 요약 노트가 아닙니다. 좋은 것을 흘려보내기 위해 준비해 둔 ‘유통 창고’입니다. 그 안에는 설교와 글로 전하고 싶은 문장들이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깨달음도 담겨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이 좋은 글을 누구에게 흘려보낼까?”를 생각합니다. 읽는 순간, 이미 유통은 시작됩니다. 기록하는 것은 쌓아 두는 일이 아니라 흘려보낼 준비를 하는 일입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에서 전수하고 싶은 문장을 나눕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 걱정에 물드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에픽테토스는 말했습니다.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우리는 걱정에 물들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물들고, 하나님의 사랑에 물들고, 하나님의 소망에 물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걱정이 생길 때, 걱정이 우리를 사로잡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산책하는 것도 지혜입니다. 걱정 대신 기도해야 합니다. 걱정할 시간에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 걱정 대신 찬양해야 합니다. 물론 인생 여정에서 걱정할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걱정에 물들고, 걱정에 사로잡히는 삶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야 합니다(고후 5:14).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가장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진정한 행복은 자족과 만족에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만족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말조심, 입조심에 대한 지혜입니다.

유통에 모범을 보이신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창조주이십니다. 그러나 이 땅에 사시는 동안 겸손히 하나님 아버지께 받은 것을 전하셨습니다. 스스로 행하시기보다 성령님과 함께 일하셨습니다. “내 교훈은 내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것이니라”(요 7:16). “하나님이 보내신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니 이는 하나님이 성령을 한량없이 주심이니라”(요 3:34). “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 예수님의 겸손은 말씀의 출처가 하나님 아버지이신 것을 밝히신 데 있습니다. 능력의 출처가 성령님이신 것을 밝히신 데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유통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가 먼저 받은 복음을 전해 주었습니다. “내가 받은 것을 먼저 너희에게 전하였노니 이는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고전 15:3-4). 또한 바울은 영의 아들 디모데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우리는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릴 복음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유통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만이 창조자이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관리하고 유통하는 청지기입니다. 유통이 막히면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유통이 막히면 혼란이 생깁니다. 유통이 막히면 병이 듭니다. 그러므로 유통하는 사람은 성실해야 합니다. 충성되어야 합니다. 좋은 것이 머물러 썩지 않도록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함께 충성된 유통업자의 사명을 감당합시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