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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잉골드 선교사 기록 담겨
1897년 파송, 이듬해 병원 설립
일기 특유 호흡으로 문체 정비

잉골드 다이어리

마티 잉골드 | 좋은씨앗 | 368쪽 

"진료소에서 첫 진료를 했다. 오늘은 내가 전주에 도착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전도여행에서 돌아와 진료소 개원을 준비하느라 꽤 분주했던 덕분에 이제 조금 더 만족스러운 여건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되었다. 첫날인데 여섯 명의 환자가 찾아왔다. 시작이 좋다."

전주 예수병원 초대 원장인 의료선교사 마티 잉골드(Mattie Barbara Ingold, 1867-1962)가 28년간 직접 남긴 일기 『잉골드 다이어리』가 최근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조선 의료선교 1차 사료로서 가치가 있는 이 책은 공식 선교보고서나 역사서가 놓친 디테일과, 당시 조선의 의료·문화·여성·신앙의 현실을 매일의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식 기록문이다. 

마티 잉골드 선교사는 1897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에서 조선 전주로 파송됐다. 30세의 싱글 여성으로 낯선 조선 땅에 발을 내딛은 그는 이듬해 전주 서문 밖 은송리 초가 진료소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예수의 마음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잉골드 선교사는 한강 이남 최초 근대 병원인 전주 예수병원 설립자이자 한강 이남 첫 의사였다. 의료 선교사, 전도사, 여성과 아동 교육자, 그리고 문서 선교사 등 1인 다역으로 28년간 헌신하며 개신교 선교 역사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에서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말 타고 왕진하는 잉골드 선교사의 모습이 그 시절 촬영된 모습.
▲말 타고 왕진하는 잉골드 선교사의 모습이 그 시절 촬영된 모습. 

꾸밈없이 솔직한 그녀의 일기 속에는 열악한 환경과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내려 했던 한 선교사의 내밀한 기도가 담겨 있다.

"끊임없는 교제 속에서 아버지의 인도하심과 능력을 구하고 주님의 가르침을 더 깊이 알게 하옵소서. 한순간도 이기적이지 않게 도우소서. 진실로 원하오니,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줄 수 있게 하소서."

잉골드의 일기는 이미 과거 국내에 번역됐지만, 당시 번역서는 감동과 스토리 중심 소개에 무게를 두고, 원문이 가진 문체와 정서, 사료 가치에 대한 세심한 복원은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번 개정판은 원문의 질감과 감정을 살리기 위해 생략된 문장과 표현을 되살리고, 문체를 일기 특유의 호흡으로 재정비한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믿음으로 걸음을 내딛었던 한 의료 선교사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단순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명의 중심이 무엇인지 깊은 도전과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