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파사데나 평강교회 송금관 목사
(Photo : 사우스파사데나 평강교회 송금관 목사)

‘새해의 문턱에 서면, 자연스레 교회 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주일 아침마다 열리는 그 문, 찬송과 기도의 숨결이 오가는 그 문 말입니다. 교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단순한 출입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앙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교회에 관한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CBN News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약 15,000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고,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그보다 몇 배에 이르는 교회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이 안에는 예배하던 얼굴들, 기도하던 자리들, 세례와 장례가 함께 이루어졌던 한 공동체의 삶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교회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한 지역의 영적 중심이 사라지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현상을 단지 시대 변화나 인구 이동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교회 컨설팅 전문가 톰 레이너 목사는 교회가 쇠퇴하는 과정이 갑작스럽지 않다고 말합니다.

전도를 향한 열정이 사라지고, 복음이 교회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나며, 어느 순간 ‘우리가 편한 교회’가 ‘세상에 필요한 교회’보다 더 중요해질 때, 교회는 활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예배가 유지되지만, 더 이상 새 생명이 태어나지 않고, 교회는 현상 유지에만 머무는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교회들은 겉모습은 여전히 단정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여전히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건물은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복음으로 인한 변화와 회심의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교회는 과거의 영광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잘 정돈된 박물관처럼,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생명력은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 사이에서, 저는 한 작은 교회의 소식 앞에 오래 머물게 되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Upper Room Church입니다. 인구 250명 남짓한 마을에서, 주민 절반 가량이 이 교회에 모인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거창한 전략보다 한 사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먼저 보입니다.

이 교회를 세운 에릭 하트 목사는 과거 수감자였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고, 출소 후 자신이 나왔던 교도소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의 인생 자체가 “복음은 사람을 다시 살린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었고, 말보다 삶이 먼저 설교가 되었습니다.

이 교회가 붙들고 있는 방향은 흔히 ‘사도행전 2장 여정’이라 불립니다. 이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길입니다.

교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래서 이 교회는 문턱을 낮췄고, 네 벽을 넘었습니다. 교회를 ‘사람들이 모여오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을 향해 흘러가는 공동체로 이해했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마을 한가운데서 숨 쉬는 사랑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번 주 우리 사우스패서디나 평강교회에서는 남녀전도회 헌신예배가 있었습니다.

이 예배에서 저는 한 장면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도회 회장으로 섬기셨던, 올해 아흔여섯이 되신 권사님이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나셨습니다. 수많은 이름 없는 봉사와 기도, 눈물로 교회를 지켜오신 분이십니다. 권사님의 은퇴는 어떤 끝이라기보다, 한 시대가 은혜 가운데 마침표를 찍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제 막 바통을 이어받은 젊은 권사님들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교회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늘 같은 사람,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계주가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고. 건물이 남아서가 아니라, 사명이 전해질 때 교회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그날 예배 자리에서 저는 목사로서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의 평강교회는 더 깊이 복음을 붙드는 교회가 되기를.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로 하시는 방향으로 기꺼이 움직일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말입니다. 시니어 세대의 기도 위에, 젊은 세대의 헌신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교회, ‘지켜온 교회’에서 ‘보내는 교회’로 나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의 문턱에 서서 다시 교회의 문을 떠올립니다.

그 문은 과거를 지키기 위해 굳게 닫혀 있어야 할 문이 아니라, 오늘도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열려 있어야 할 문입니다. 우리의 교회들이 그렇게 다음 세대를 향해, 그리고 아직 교회 문 앞에 서성이는 이웃들을 향해 조용히 열려 있기를, 새해의 첫 기도로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