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통독을 결심했습니다.” 이 고백만큼 아름다운 시작은 없다. 그러나 통독은 결심만으로 끝까지 달리기 쉽지 않다. 창세기의 족보에서 속도가 꺾이고, 레위기의 규례에서 방향을 잃고, 선지서의 반복되는 심판 경고 앞에서 마음이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무턱대고 페이지를 넘기다가 완독은 했지만 정작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흐릿해진다.
성경은 66권의 도서관이지만, 동시에 한 분 하나님의 한 구원 역사이다. 그러므로 통독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한 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적 순례이다. 이 순례를 깊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통독할 때마다 렌즈를 하나씩 들고 읽는 것이다. 카메라로 풍경을 찍을 때 렌즈가 달라지면 같은 풍경도 전혀 다르게 보이듯, 성경도 주제의 렌즈를 바꾸면 매번 새로운 지형이 드러난다. 아래의 일곱 주제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굵은 줄기로 수고가 아니라 발견의 기쁨을 주는 통독을 선사한다.
1. 십자가의 은혜: 구원의 값은 하나님이 치르셨다
성경의 중심은 십자가이다. 구약의 제사, 유월절 어린양, 속죄일의 피 흘림, 고난 받는 종의 예언은 모두“대속을 향해 흐르며(사 53장), 신약은 그 흐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성취되었다고 선포한다. 피, 제사, 대속, 속죄, 언약의 피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살피며 읽어 보자.
2. 하나님의 사랑: 구원의 동기는 사랑이다
십자가가 구원의 방법이라면, 하나님의 사랑은 구원의 동기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인자와 긍휼이 풍성하신”(출 34:6) 분으로 계시하고, 호세아처럼 배신한 백성을 다시 품으시는 언약 사랑으로 보여 준다(호 11장). 신약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 4:8)고 결론짓는다. 사랑은 결국 예수님 안에서 얼굴을 갖는다. 인자(헤세드), 긍휼, 언약, 사랑, 목자 이미지가 어디서 반복되는가를 주의 깊게 살피며 읽어 보자.
3. 부활의 소망: 끝이 아니라 새 시작이다
성경은 죽음을 마지막으로 두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시는 분이며, 부활은 복음의 핵심이다(고전 15장). 구약에서도 부활의 씨앗은 곳곳에 있다. 마른 뼈가 살아나는 환상(겔 37장), “내가 그를 스올에서 속량하리라”(호 13:14) 같은 약속, 의인의 최종 회복에 대한 소망들이 그 흐름을 예비한다. 예수님은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이 결국 자신의 고난과 부활을 증언한다고 말씀하셨다(눅 24:44-46). 부활의 렌즈로 읽으면, 성경은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새 창조의 약속이 된다.
4. 견고한 믿음: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관계의 길
통독을 하며 믿음을 찾는 것은 곧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읽는 것이다. 믿음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신뢰와 순종의 삶이다.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길을 떠났고(창 12장), 홍해 앞 이스라엘은 믿음의 결핍과 회복을 반복했으며, 선지자들은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합 2:4)를 외쳤다. 신약은 믿음을 구원의 통로로 분명히 말한다(엡 2:8-9). 믿음의 렌즈는 우리를 질문하게 한다. “이 인물은 하나님을 어떻게 신뢰했는가? 나는 어디에서 믿음이 무너지는가?” 신뢰, 순종, 기다림, 담대함, 회개, 인내로 드러나는 믿음의 형태를 추적해 보자.
5. 구원의 기쁨: 구원은 기뻐할 소식이다
성경은 “큰 기쁨의 좋은 소식”(눅 2:10)으로 시작해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벧전 1:8)으로 흐른다. 다윗은 “구원의 즐거움을 회복”(시 51:12)해 달라고 기도했고, 바울은 상황이 아니라 “주 안에서 기뻐하라”(빌 4:4)고 권면한다. 구원의 기쁨은 감정의 일시적 폭발이 아니라, 죄 사함과 화해와 소망에서 흘러나오는 영적 기쁨의 샘이다. 통독에서 기쁨을 추적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기쁨으로 살게 하시려는 분이심이 더 분명해진다. 기쁨, 찬송, 감사, 잔치, 회복의 노래가 어디서 터져 나오는가를 주목해 보자.
6. 하나님 나라: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통치의 역사
하나님 나라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가장 많이 선포하신 주제이다(막 1:15). 그러나 그 나라는 갑자기 신약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구약 전체가 기다려 온 왕의 통치이다. 시편은 “여호와께서 왕이시다”(시 93:1)라고 노래했고, 다윗 언약은 영원한 왕국의 약속을 주었으며(삼하 7장), 다니엘은 무너지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았다(단 2:44). 통독 중에 왕권, 언약, 성전, 메시아, 교회, 새 창조의 흐름을 보면, 성경은 개인 구원만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왕의 이야기가 된다.
7. 성령님의 도우심: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며 가능하게 하신다
마지막 주제는 통독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성령님은 생명을 주시고(창 1:2), 거룩하게 하시며(갈 5:16), 인도하시고(롬 8:14), 능력으로 증인이 되게 하신다(행 1:8). 예수님은 “또 다른 보혜사”(요 14:16-17)를 보내어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다고 약속하셨다. 통독할 때 성령님의 도우심을 찾으면, 성경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 내 삶을 움직이는 하나님의 손길이 된다. 말씀을 읽기 전에 “성령님, 깨닫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습관만으로도 통독의 깊이는 달라진다. ‘영, 성령, 여호와의 영과 같은 직접 표현과, 임재, 새 마음, 은사, 교회 탄생 같은 패턴을 함께 보자.
성경은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깊이 읽는 것이다. 그리고 깊이는 주제의 렌즈를 통해 생긴다. 한 번 통독할 때마다 한 주제를 붙들고, 탐구하며, 발견하며, 기도하며 읽으면, 성경 읽기의 깊이는 깊어지고, 신앙의 기쁨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