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늘 내가 아끼는 학부 학생이 문자로 성경에 관한 질문을 보내왔다. 평소 궁금한 게 있으면 자주 물어왔던 기특한 학생이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님,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길가, 돌밭, 가시 떨기, 좋은 밭’ 중에서 우리는 좋은 밭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라고들 하시는데, 맞는지요?”
[2] 똑똑한 질문이다. 문자로 할 수 없어서 전화로 답을 해주었다. 평소 성경의 난제나 잘못된 해석에 대해 나와 많이 나누어 왔기에 내게 질문한 것이다.
사실 이 본문을 가지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네 종류의 밭 중에서 옥토와 같은 마음 밭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우선 ‘네 종류의 밭’이라는 용어부터 수정해야 한다.
[3] 본 비유에서 밭은 각기 다른 네 종류가 아니라 한 밭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알아야 한다. 농부가 자기 밭에서 씨를 뿌리다 보면 일부는 길 가에 떨어지고, 일부는 가시덤불이 있는 곳에 떨어지고, 일부는 돌 위에 떨어지고, 일부는 좋은 밭에 떨어진다.
여기서 또 하나 수정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돌짝 밭’이나 ‘돌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비가 잘 오지 않는다.
[4] 그러다 보니 돌이 많은 밭이라야 씨가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돌 위에 이슬이 고여 있다가 땅에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 가보면 밭에 돌들이 많이 있음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흙이 얕은 돌 위'에 떨어지는 씨가 있다. 돌 위에 파인 부분에 흙이 있는데, 그곳에 씨가 떨어지면 싹이 올라오긴 하지만 흙 아래 부분이 돌이다 보니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채 뙤약볕에 말라서 죽어버린다.
[5] 예수님께서 ‘돌밭’이라고 할 때 실제로는 돌밭이 아니라 ‘돌 위’를 의미한다.
눅 8:6절은 “더러는 바위 위에 떨어지매 싹이 났다가 습기가 없으므로 말랐고”라고 되어 있는데, ‘바위(돌) 위’라고 제대로 번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비유가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무엇일까? “네 종류의 밭 중에서 길가나 가시 떨기나 돌 위와 같은 마음을 기경해서 열매 맺을 수 있는 좋은 마음 밭이 되라”일까?
[6] 결코 아니다. 좋지 않은 밭이 자기 스스로 기경해서 좋은 밭이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 마음 속에 영적 열매가 맺힐 수 있는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는 교훈을 얻으려면 그에 맞는 다른 본문을 찾아야 한다.
예수님은 이 비유에서 한 번도 “너희는 좋은 밭이 되도록 노력하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비유의 방향은 정반대이다.
[7] 이 비유는 ‘처방’(prescription)이 아니라 ‘진단’(diagnosis)이다. 이 비유는 사람을 가르쳐 변화시키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말씀 앞에서 드러내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즉, 말씀은 밭을 시험하는 도구이지, 밭이 말씀을 다루는 수단이 아니다.
헬라어 원문을 보면 중요한 동사가 반복된다.
“ἐξῆλθεν ὁ σπείρων τοῦ σπεῖραι”
[8]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갔다”(눅 8:5). 씨는 선별되어 뿌려지지 않는다. ‘길가, 돌 위, 가시덤불, 좋은 밭’에 동일하게 흩뿌려진다. 그렇다. 말씀은 모든 사람에게 임한다. 그러나 말씀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밭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요 6:44절은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시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라고 말씀한다.
[9] 좋은 밭은 ‘기경의 결과’가 아니라, ‘은혜의 흔적’이다.
이 비유는 “노력하라”가 아니라 “분별하라”라는 말씀이다. 왜 같은 말씀을 듣고도 결과가 다른가? 말씀에 대한 반응은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은혜의 역사’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열매는 조건이 아니라 증거다. 열매가 있어서 좋은 밭이 된 것이 아니라, 좋은 밭이었음이 열매로 증명된다. 복음을 전할 때 ‘길가, 돌 뒤, 가시 떨기, 좋은 밭’이 각기 존재한다.
[10] 그중 오직 ‘좋은 밭’만 영적으로 구원받기에 합당한 열매를 맺게 된다. 이것은 스스로 기경하거나 노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천국 백성으로 예정하심을 입은 자녀들의 마음을 전적인 은혜로 기경하셨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본 비유가 주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하자면, “복음을 전할 때 각기 다른 마음 밭이 존재하겠으나, 그중 좋은 밭으로 기경 된 이들은 복음을 듣고 열매를 맺을 것이니 만나는 누구에게나 진리의 말씀을 전하라”이다.

































